건강 & 운동

나의 변비 투병기 8 - 변비 탈출

vainmus 2019. 5. 21. 07:00
반응형

나의 변비 투병기 8 - 변비 탈출

 

작품명 : 자화상(2019년 作)

 

변기 위에서 변비와 사투를 벌이는 한 사내의 모습을 그려냈다. 

 

똥꼬에 힘을 준 채로 뱃속의 똥을 내보내기 위한 분투의 세월로 점철되었던 작가(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현대적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간결하면서도 무심한 듯한 선들의 집합으로 표현한 작품. 

 

다른 모든 부분들을 과감히 생략하고 오직 얼굴 표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에서 작가(필자)가 느꼈을 변비의 고통을 짐작하게 해 준다. 

 

눈 주변을 중심으로 생겨나는 주름, 목의 힘줄과 같은 세부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부릅뜬 두 눈, 버둥거리는 팔과 꽉 쥔 듯한 주먹, 그리고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에서 모종의 비장미마저 감돈다. 

 

 

 


 

 

 

 1  서른 살 쯤이었다. 난 지금 엄마 집에 얹혀살지만 그때는 원룸에서 독립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립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 대단할 건 없었다. 그냥 소소한 일상의 자유가 좋았다. 

전에는 밤에 배가고프면 그냥 참곤 했다. 라면 끓이려면 냄비 꺼낼 때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괜히 눈치가 보이여서...

크게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는데도 괜히 그랬다. 

 

 2  독립을 했다. 그냥 혼자서 빈 방에 있는 게 좋았다. 남들은 좀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썰렁하고 어두운 집에 오직 나 하나만 있다는 게 그렇게 편온할 수가 없었다. 내추럴 본 외톨이인가?

그렇게 혼자 산다고 뭐 대단한 일탈과 자유를 맛 본 것도 아니다. 

한 밤중에 족발 시켜먹어도 되고(족발 매니아도, 다른 음식을 즐겨먹는 야식 매니아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아무 거리낌 없니 내 맘대로 해본다는 게 좋았다. 괜히 밤 12시 넘어 안 자고 편의점 가서 환타 같은 탄산 음료 마시면서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앉아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약 한 두 달 정도 이런 식으로 지낸 것 같다).

 

 3  무엇보다도 좋았던 자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식단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는 거다. 

우선 내가 중학생 때 그토록 원했던 백미가 단 하나도 안섞인 현미밥을 지어 먹었다. 

(내가 이렇게 먹으면 뭐라 한 소리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처음으로 복싱 체육관을 다니며 재미를 붙이던 시절이었다. 지방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 식에도 관심이 갔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닭가슴살과 과일 위주로 식단을 바꾸면 몸도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이어트 진화론>

이 책을 보고 어떻게 먹는 게 몸에 좋고 살 빼기에 좋은 것인지 개념이 잡혔다. 

나중에 한번 블로그에 포스팅해 볼 예정이다.

 

 

요거트도 기계로 무한리필 요거트 마음껏 만들어 먹었다. 

 

<유산균 폭탄, 무한리필 요거트 만들기>

2019/04/25 - [분류 전체보기] - 유산균 폭탄, 무한리필 요거트 

 

유산균 폭탄, 무한리필 요거트

장속에 유산균 폭탄, 무한리필 요거트 만들기 여기 변비 걸린 자들이 있다. 뱃속에 똥 찌꺼기를 항상 담고 다니는 듯한 찝찝함, 불룩하니 튀어나온 아랫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들 다 맛있는 음식을 신나게 먹을..

vainmus.tistory.com

식물성 섬유 덩어리인 차전자피도 섭취했다. 

 

당시 내 식단이다.

고급스럽지도 명품스럽지도 않고 그냥 저렴하면서도 단순하다. 

점심을 나가서 먹어야 할 때는 학창 시절에 쓰던 보온 밥통(나 때에는 급식이 없었음)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곤 했다. 

 

아침 굶는다
점심 닭가슴살 1과 1/2 조작 + 현미밥(혹은 과일 아무거나)
간식 차전자피 + 요거트 450ml + 많은 물
저녁 닭가슴살 1과 1/2 조각 + 현미밥(혹은 과일 아무거나)
야식 요거트 450ml + 많은 물 // 배고플 때만 먹었음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 어느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나는 똥을 쌌다. 

내 인생 그런 똥은 없었다. 

 

황금색 똥!

 

진짜 황금색이었다. 

말로만 듣던...

 

 4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께 들었던적이 있다.

우리나라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 말이다. 

 

고주몽, 박혁거세 같은 한 나라를 건국한 위대한 인물들의 웅장한 서사와 영웅적 모험, 그리고 더불어 그들의 재미난 일화. 그들은 황금색 똥을 쌌다고 하셨다. 왜냐하면 장 건강이 남다르기 때문에.

 

물론 진짜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천 년 전에 살았던(혹은 신화 속 인물) 사람의 똥을 대체 무슨 수로 확인한단 말인가? 

하지만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시원하게 똥을 싼 후, 그러니까 황금색 똥을 싼 후에 내 몸과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틱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밝아지고 활기찬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장 건강이 좋아 황금색 똥을 쌌다는 우리나라 고대 영웅들도 어쩌면 나와 같았을까?

장 건강이 안 좋아 하루 종일 찌뿌둥한 기분과 몸을 가지고 있던 정적과 라이벌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이나마 우위에 섰던 것 아닐까?

어쩌면 현재 혹은 과거 속에서 잘 나가고 성공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면에는 이렇게 황금색 똥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황금색 똥, 장 건강, 변비, 그리고 위대한 성공과 성취는 이렇게 하나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아침에 화장실 못 가면 하루 종일 몸이 무겁도 의욕도 떨어지는 걸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거라고 본다. 역사 속 위인들도 마찬가지 아닐는지...

 

 

아무튼 이렇게 나는 똥을 싸고 못 싸고는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과 열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5  황금색 똥을 싸니 잔변감도 전혀 없었다. 

독립하고 나서 달라진 생활의 변화, 그리고 얼마 전 바이오 피드백 훈련으로 터득한 배변 감각 덕분이었다. 

 

2019/05/18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7 - 바이오 피드백 훈련

 

나의 변비 투병기 7 - 바이오 피드백 훈련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중학생 때 처럼... 나는 다시 변비에 걸렸다. 벗어날 방법을 찾으며 이 책 저 책을 훑어본다. 그러던 중 머리를 깎으러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 여성잡지를 보게 되었는데, 거기..

vainmus.tistory.com

운동(복싱, 방방 뛰면서 했다, 하지만 나중에 무릎이 안 좋아지긴 하지만) + 식물성 섬유 많은 식단 + 유산균 + 스트레스 없음

 

이렇게 해서 난 난생처음 변비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했다. 

똥배가 없어졌다. 배가 홀쭉하게 들어갔다(변비도 없고 닭가슴살 위주의 저탄수화물 식단 덕분). 물론 지금은 밥을 많이 먹어 다시 나왔지만...

 

내일 아침이 걱정되지 않았다.

맛있는 걸 먹어도 이걸 어떻게 몸 밖으로 배설하나, 이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됐다. 

처음 변비에 대해 고민했던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이런 행복감을 맛봤으면 좋았을 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렇게 변비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주위에서 대장암으로 큰 병원에서 수술하고 치료받았다는 사람들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난 이렇게 크게 고생했으니 앞으로 계속 변비나 장 건강에 대해서는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살 것이다.

또 그렇게 해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6  확실히 변비가 없어지니 매사에 부지런해지고 활력이 넘쳤다.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도 찾아가며 해봤다. 

 

복싱 체육관 유일하게 나름 성과를 봤다.
아크로바틱스 학원 공중제비, 재주넘기 등을 가르쳐 준다. 제대로 하기도 전에 목을 삐끗해서 그만두게 되었다. 
역도 동호회 팔꿈치 부상과 무릎 부상이 겹치며 도중 하차.
음치 클리닉 간신히 음치는 탈출했지만 무릎 재활 치료비 때문에 그만둠.
자전거 그냥 취미 생활 겸 이동 수단.
스케이트 보드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고 해서 그만 두었음.

 

난 오히려 스무 살 때보다 서른 살 때 더 활발했을지도 모르겠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근육이 강건한 것만이 건강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이것 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을까?

 

하고픈 얘기들을 많이 풀어놨으니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 할 시간이 왔다. 

 

예전 군대 있을 때 군종 목사님께서 일요일 설교 시간에 들려주신 말씀 중 아직도 잊히질 않아 가슴 속에 품어두는 말이 있다.

그때의 그 말로 끝을 맺어 본다. 

 

"배 관리가 인생 관리다!"

 


 

 

2019/04/16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1

2019/04/26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2

2019/04/30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3

2019/05/08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4 - 변비와 논산 훈련소

2019/05/11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5 - 군대에서의 규칙적 생활

2019/05/15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6 - 그렇게 그가 다시 찾아왔다

2019/05/18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변비 투병기 7 - 바이오 피드백 훈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