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나의 변비 투병기 3

vainmus 2019. 4.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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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비 투병기 3

 

나의 변비 투병기 1

나의 변비 투병기 2

 

 

 1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헬스클럽엘 다녔다. 

9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지만 피곤함을 참아가며 집에 오자마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바로 운동을 하러 갔다.

순전히 러닝머신 때문이었다. 

달리기를 오래 하면 장에 자극을 주고, 또 이런 자극이 장 운동을 촉진해서 변비를 낳게 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엄마를 졸라 5만원(으로 기억한다)을 타내서 체육관에 등록한 후 줄곧 러닝머신을 타곤 했다. 

첫날에는 관장님의 지도하에 20분을 달렸는데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효과가 있었다. 

똥을 쌌다

중학교 시절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아침 똥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드디어 내가 아침에 똥을 싼 것이다. 

 

 2  그 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월화수목금 매일 밤마다, 그리고 주말에도 낮에 체육관에서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미루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있음면 하라는 뜻이다. 

나에게는 당시 이런 신념이 있었다. 

오늘 뛰지 않으면 내일은 똥을 못 싼다. 

물론 살을 좀 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오로지 다가올 내일 아침 똥을 싸고 싶다는 기대를 품고 30분을 그렇게 달려댔다. 

덕분에 살도 많이 빠지고 나중에 학교에서 체력장 시험 볼 때 오래 달리기 성적도 잘 나왔다. 대부분 꼴찌 그룹을 형성하곤 했는데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한 이후에는 선두그룹에 속했다. 

 

 3  어쨌든 그렇게 변비가 해결되다 보니 생활이 달라졌다

공부도 잘 되는 듯했고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그 전에는 구름 끼고 비가 오고 하면 괜히 우울한 느낌이 들며 침울해지곤 했는데 매일 아침 똥을 싸서 배를 비우니 그런 증상이 없어졌던 거다. 

몸도 가벼워지고 체력도 좋아지고.

똥배도 들어가서 E.T. 체형이 아닌 정상적인 고등학생 몸매로 돌아왔다. 

하루하루가 꽤나 의욕적이고 즐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계절은 봄이었는데 진짜 내 인생의 봄날을 제대로 만끽한 거 같다. 

남들한테는 그냥 야자하고 지겨운 고등학교 생활이었겠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 변비에 시달리던 나에겐 그 의미가 전혀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군대 시절과 더불어 내 체력이 가장 좋았던 시절을 그때로 기억한다. 

변비를 없애려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을 해서 봄이 지나 여름에 접어든 무렵의 무더위에도 땀도 별로 안 흘리고 하룻밤 잠을 못 자도 다음날 끄덕 없었다. 

 

 4  그런데 그렇게 바라던 인생의 봄날은 불과 몇 달 만에 끝나버렸다. 

돈이 없어 더 이상 헬스클럽엘 다니지 못했고 또 엄마가 크게 다치셔서 내 생활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가족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내가 참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한 게 그때부터 뭐든 하기가 싫어지고 아무런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공부도, 운동도...

성적은 쭉쭉 떨어지고 체력도 약해지고...

그리고 다시 변비에 걸려버렸다. 

변비에 걸리니 다시 의욕이 없어지고 체력도 없어지고 공부도 안되고...

계속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5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결국 변비에서 해방된 짧은 봄날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로 어른의 문턱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변비는 여전히 나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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