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집에서 요거트 만들기

vainmus 2019. 4.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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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무한리필 요거트 만들기 

 

여기 변비 걸린 자들이 있다. 뱃속에 똥 찌꺼기를 항상 담고 다니는 듯한 찝찝함, 불룩하니 튀어나온 아랫배,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들 다 맛있는 음식을 신나게 먹을 때 그러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비참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남에게 차마 속시원히 말 못 할 이런 고민을 가지신 분들 많을 거라 생각된다. 어디 부러지거나 하면 다쳤다고 쉽게 알리고 환자 행세를 당당히 할 수 있지만 똥 못싸는 건 차마 그럴 수 없다. 어감 자체부터 다르지 않은가? 골절과 변비. 똑같이 두 글자이지만 받아들여지는 뉘앙스는 매우 다르다. 골절은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변비는 그렇질 못하다. 

 

이런 변비 환자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유산균이 풍부히 함유된 요거트다. 하지만 마트에서 파는 한 뼘도 채 안 되는 용기에 담긴 요거트에 아무리 좋은 유산균이 들었다 한들 장속에 묵은 오랜 똥을 한꺼번에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여러 개를 사 먹어야 하는데 돈도 적잖이 든다. 아무리 돈이 모든 것의 근본인 자본주의 사회이지만 너무하단 생각이 든다. 똥 좀 싸 보겠다는데 이럴 수 있나. 돈 없으면 똥도 못 싸나?

 

하지만 누구든 절실함과 마주하게 된다면 해결책을 찾게 되는 법. 여기에 그 방법이 있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유산균을 얻을 수 있는 방법. 공장제 방식이 아니다. 최강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유산균 가내수공업 배양 루틴!

 

원리는 이렇다. 요즘 프린터 정품 잉크 사서 쓰는 사람 없지 않나. 대신 가성비를 위해 리필 잉크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리핑 잉크를 넘어 무한잉크가 대세다. 이거를 우유로 유산균 만드는 데 대입하면 된다. 

이름하여 무한 리필 요거트.

 

 

 

그전에 가정에서 흔히 하는 요거트 만드는 법을 설명한다. 

 

준비물 : 우유, 요거트, 요거트 제조기

 

  1. 우유에 요거트를 넣고 잘 저어준다. 
  2. 요거트 제조기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3. 기다린다.
  4. 요거트 완성.

 

확실히 마트에서 맨날 요거트 사먹는 것 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계속 우유를 사야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더 가성비 좋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무한리필 요거트 만들기 

 

 

준비물 : 전지분유 20kg, 요거트, 요거트 제조기, 큰 바가지, 요거트 용기(450ml)

 

전지분유 20kg. 유통기한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

 

커다란 바가지에 전지분유와 물을 타 저어주면 우유가 된다. 바가지 아래와 같이 물을 잘 따라줄 수 있는 주둥이가 있으면 흘리지 않을 수 있어 편리하다.
450ml 대용량 용기.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구형 요거트 제조기에 크기가 얼추 맞어서 사용하는 중.

 

  1. 시중에서 파는 1리터 우유 대신 전지분유 20kg을 산다(탈지분유가 아닌 전지분유, 지방을 걷어낸 탈지분유는 요거트가 잘 안 만들어진다고 한다).
  2. 분유에 물을 타면 우유가 된다.
  3. 우유에 요거트를 넣고 젓는다(새로 사도 되지만 전에 만들었던 걸 쓰면 더 가성비가 올라간다)
  4. 용기에 담아 요거트 제조기에 넣고 전원을 누른다.
  5. 기다린다.
  6. 요거트 완성.

 

 

 

 

전지분유가 보관되어 있다. 
전지분유. 참 많이도 퍼먹었구나...

 

바가지에 전지분유 퍼 넣는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요거트.
기존에 만들어 놓은 요거트 한숫갈 떠넣는다.

 

물을 붓는다.
잘 저어준다.
용기에 쏟아 붓는다. 바가지의 주둥이가 있으면 흘리지 않을 수 있어 더 좋다. 
요거트 제조기(싸구려 구형)에 넣어준다.
뚜껑이 완전히 안 닫혀도 괜찮음.
7시간 정도면 완성됨.
완성된 요거트.

 

개인 취향에 따라 전지분유 넣는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많이 넣으면 좀 퍽퍽해지고 적게 넣으면 줄줄 흐르는 요거트가 된다. 개인적으로 용기 1당 3큰술의 전지분유를 넣는다. 또 커피나 꿀 같은 걸 넣고 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궁금한 점들

 

 1  위산에 죽지 않나? 

 

유산균의 품질, 캡슐로 쌓여 있어 위산에 죽지 않고 장까지 살아가는 유산균, 특허받은 유산균 등등의 온갖 미사여구로 수식된 말들은 가볍게 무시해버리면 된다. 450ml 대용량이다. 웬만한 성인도 이 정도면 위가 꽉 차 버린다. 초등학생이 아무리 무술에 능통하다 한들 힘센 어른을 이길 수 없듯이 450ml의 압도적인 체급 앞에선 그 어떤 요거트도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음식물을 잘게 부숴버리는 강력한 위산 정예부대라도 떼거지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대용량 유산균에게는 무릎을 꿇게 된다. 비록 캡슐로 감싸져있는 첨단 공법의 비싼 방탄복을 입은 유산균이 아니기에 위산에 희생되기도 하겠지만 그 수가 워낙 많으니 상당수가 장까지 살아간다. 이건 확실히 다음날 화장실에서 알 수 있다. 똥 냄새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맡아보게 된다면. 

 

 

 2  많이 먹어도 부작용 없나?

 

철저하게 나의 경험담 위주로 말한다. 

450ml 용량, 그리고 대한민국 평균적인 성인 남자 기준으로 아무런 이상 없다. 하루에 450ml 두 개 넘게 먹은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대략 1000ml인데 이거 시중에서 파는 우유를 몽땅 요거트 만들어 한꺼번에 먹은 격이다. 

 

 3  전지분유 20kg 사면  정해진 기한 내 먹을 수 있나? 유통기한은 어떻게 되나?

 

유통기한 임박에 따른 초조함, 유통기한 경과로 인한 걱정과 불안 따위와 같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모호한 추상적 관념 따위는 단호히 떨쳐내야 한다. 가성비라는 최고의 이득을 얻는데 장애물이 될 뿐이다. 거기다 탈지분유나 전지분유가 우유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고안된 것 아닌가. 다시 강조하지만 다른 온갖 잡다한 상념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오로지 가성비만을 생각하라.

정 마음에 걸린다면 1kg 단위로 구매해도 된다. 

 

 4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면 혹시 환경호르몬은?

 

요거트를 만드는 온도가 좀 뜨듯하다. 그래서 환경호르몬이 걱정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많이 뜨겁거나 하진 않으니 괜찮다고 본다. 물론 찜찜하다면 유리 용기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 

 

 

 

 

 5  맛은 어떤가? 먹을 만 한가?

 

솔직히 맛없다. 시중에서 파는 일반 요거트를는 달콤하고 맛이 좋지만 이건 영 아니다. 그냥 시큼한 요거트 그 자체다. 맛으로 먹으려 하지 말 것. 그냥 장 연동운동을 위해 유산균을 퍼넣는다는 마음으로, 날마다 장건강을 단련하는 수도자의 심정으로 한통 한통을 비운다. 이렇게 고되도 만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정도 용량의 유산균을 거의 매일 먹으려면 돈이 꽤 들테니 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가성비는 최고다. 

 

 6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요거트 계속 써도 되나?

 

된다!

난 요거트를 산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7  그래도 뭔가 좀 불안하다. 불량식품 같다. 

 

그러면 안 하면 된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가성비가 중요하신 분들, 가성비가 인생의 모토이신 분들은 앞서 설명한 모든 불안과 귀찮음을 극복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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