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나의 변비 투병기 6 - 그렇게 그가 다시 찾아왔다

vainmus 2019. 5.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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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ainmus.tistory.com/35

 

나의 변비 투병기 5 - 군대에서의 규칙적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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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군대 제대였다. 

이왕 2년 버린 거, 그래도 군대에서 규칙적인 생황을 익혔으니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지켜 내 자산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대부분 군 전역자가 이러한 마음 가짐을 채 3개월을 못 넘긴다고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컴퓨터 게임 같은 것도 안하고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그냥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냥 내 딱딱 맞춰 지내던 생활에서 마음껏 늘어져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 그 자유로움이 좋았나보다. 

일정했던 배변시간도 들쭉 날쭉 되었고 ...

그렇게 다시 변비가 왔다.

 

그렇게 해서 다시 그가 찾아왔다. 

어린시절의  끔찍했던 기억...

아랫배, 그 뱃속 한가운데서 느껴지는 불쾌함.

그동안 내가 먹었던 모든 음식물들의 찌꺼기가 차곡차곡 쌓여 숨을 쉬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소리를 냈다.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내 뱃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나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그저 참아야 한다는, 견뎌야 한다는 것만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난 군대를 제대하였고 늠름한 청년, 어였한 어른으로 다시 사회로 나왔다. 

괴로웠던 과거의 기억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어쩌면 군대에서 전역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시는 마주치기 싫었던 그모습 그대로...

그가 다시 내 뱃속에서 자신만의 생명을 스스로 얻어갔다.

나의 행복을 그렇게 계속 갉아 먹으면서...

 

최근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는데 왠지 그가 나 같은 경험이 있다면 이렇게 묘사했을 것 같다. 

어린시절 부터 나를 괴롭혔던 변비에 다시 걸리게 되는 순간을...

 


 

또 다시 나는 변비에 좋다는 것들을 이것 저것 찾아보기 시작했다. 

몇몇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소개한다. 

 

 

 1  배 마사지

 

잠들기 전 20분 정도 배(장)을 손으로 직접 지압해주는 방법이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노하우는 없다. 그저 처음에 시계방향으로 두 손을 모다 배를 쓰다듬어준 다음 손가락으로 배꼽을 피해 대장이 있는 자리를 꾹꾹 눌러주면 된다. 처음 며칠은 별 효과 없더니 어느 순간 똥을 한 바가지로 싸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은근 귀찮아서 잘 안하게 된다는 게 문제.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1달 이상 한 경험이 없기에 내 스스로 자신있에 이것만 하면 변비에 좋다고 추천하기는 좀 뭐하다. 

 

어쩌면 다리 골절을 당하거나 하여 오랜 기간 운동을 못하고 누워있기만 해야 할 시간 동안 변비에 걸렸을 때 유용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2  달리기와 줄넘기

 

일단 장 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에 전반적으로 좋은 운동이다. 그런데 이 당시 나는 헬스클럽이나 복싱 체육관에 다니질 않고 그냥 집 밖 동네에서 운동을 했다. 궂이 돈을 들여 체육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이 당시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콘크리트 바닥에 달리고 또 줄넘기 하는게 무릎관절에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게 되지도 않고. 결국 이것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3  체형교정

 

달리기 좀 하면 다음날 똥이 팍팍 나올 것 같았는데 그렇게 되질 않아서 참 많이도 괴로워했다. 이 당시는 예전 고등학교 때처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군생활 때 처럼 규칙적으로 생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취업 준비한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소화 자체가 잘 안 되던 시절이었다.

내일은 정말 제대로 달려야지, 하면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똥을 못 싸면 저녁에 달릴 의욕이 사라졌다.

운동을 안하니 변비에 걸리고, 또 변비에 걸리니 운동하기가 싫어지고... 악순환이었다.

 

그 즈음 생각한 게 체형교정이다. 우리몸의 여러부위, 특히 골반이 틀어져 있으면 척추에 영향을 미치고 또 이게 내장에 좋지 않은 부담을 줘서 대장운동을 저해한다는 것이 여러 체형교정 관련 단체들의 주장이다. 충분히 납득이 되어서 몇몇 교정방법을 알아보고 직접 찾아가 돈을 내고 배우기까지 했다. 

 

결과를 말하자면, 분명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눈에 띄는 효과, 뭔가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뒤틀어진 골반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다. 말 그대로 체형교정에 효과가 있었지 나 같이 지독한 습관성 만성 변비를 오직 체형교정만 가지고 고치기는 무리다. 

이건 변비와는 별도로 나중에 포스팅 해 볼 예정이다. 

참고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하여 내가 경험한 체형교정하는 곳을 첨부해 본다. 

 

www.goodbody.or.kr 

 

GOODBODY - goodbody.or.kr

 

www.goodbody.or.kr

 

 4  식물성 섬유제 섭취

 

식물성 섬유는 똥의 재료다. 탄수화물, 단백질 등은 위와 장에서 소화, 흡수되지만 섬유질은 찌꺼기로 그대로 남는다. 이 찌꺼기가 바로 똥.

그래서 마음먹고 제대로 구입해서 섭취한 것이 바로 '차전자 피'다. 

 

변비나라 똥싸개란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주 대량으로 구입했다. 

지금은 없어진 것 같다. 이름 정말 잘 지어서 뇌리에 팍팍 박힌다. 변비나라 똥싸개.

그 이름 그대로 쇼핑몰이 영업을 재기하면 다시 대량으로 사고 싶다. 

2009년 쯤에 주문했나? 이미 유통기한은 지났다. 하지만 먹어도 아무런 이상 없기에 그냥 섭취한다. 

 

지금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존재하던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초등학교 이전부터 변비로 고생하던 내가 절대 있을 리가 없다. 

이름 부터 남달랐다. 

'변비나라 똥싸개'

 

어찌 이를 잊을 수 있을까? 

'식물섬 섬유 건강보조 식품 할인 전문 쇼핑몰' 같이 길게 늘어지기만 하고 아무런 긴장감 없이 기억에 남지 않는 상호명이 아니다. 

'변비나라 똥싸개'

 

짧고 간결하다.

단 7글자로 변비환자에게 '바로 이거야!'라는 확실한 인상을 줘 사로잡는다.

원초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우리의 생리적 욕구를 직관적으로 표출해내어 대중들의 뇌리에 강렬히 각인시키는 작명 센스가 무척이나 훌륭하다.

 

'변비나라 똥싸개'

 

아무리 운동하고 체형교정하고 해봤자 뱃속에서 만들어 낼 똥이 없으면 말짱 꽝이다. 먹으니 똥은 쭉쭉 잘 나왔다. 

힘을 줘서 짜내야 하는 게 아닌, 뭔가 처음에 잠깐만 힘을 주어 장에 있던 똥이 똥꼬 사이를 비집고 머리를 내미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똥이 마치 기름 바른 미끈한 미꾸라지가 된 것 처럼, 그렇게 쑤욱 나와버렸다.

아니 똥에 두 팔이 달려 내가 힘주는 거와 상관없이 스스로 똥꼬를 두 팔로 힘껏 벌리고 냅다 뛰쳐나가는 것 이 더 정확한 표현이려나? 아무튼 난 굉장한 만족감을 느꼈다. 

대신 아쉬운 한가지가 있었는데 똥의 양이 엄청 커져서 종종 변기가 막히곤 했다는 사실.

 

 

이런 여러자기 방법 중에서 식물성 섬유 섭취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만족감이 들었다고 했는데 하지만 뭔가 약간 부족한 만족감이었다. 

똥을 싸고 나서도 약간 찝찝한 그런 느낌. 평소엔 잘 모르다가도 가만히 내 배와 똥꼬 주변에 의식을 집중하면 느낄 수 있는 그런 불편함.

그건 바로 잔변감이었다. 

 

나는 내 뱃속에서 그를 내쫒았다.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저 깊은 변기 구멍의 심연 속으로, 어두운 정화조 속으로 그렇게 빨려들어갔다. 

이제 난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 비로소 기뻐할 시간이다. 

......

그런데 내 배가 이상하다. 

무엇인가가 꿈틀거린다. 뱃속에 알이 부화되어 깨어난 에어리언의 새끼가 활동을 시작하는 것 처럼...

남들은 내 뱃속을 볼 수가 없다. 

나도 볼 수 없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그렇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 장속에는 아직 똥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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