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태양계 연대기>를 읽고

vainmus 2019. 6.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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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연대기>를 읽고

 

'외계 문명과 인류의 비밀!'

 

예전에 자주 들르던 딴지일보에서 보았던 연재 시리즈다. 글의 제목부터가 시선을 사로잡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워낙 인기가 좋아 책으로도 출판되었다. 

 

 

 

태양계 연대기

 

저자는 이 책을 WWE 프로레슬링에 비유한다.

선수들은 기술을 연마하고 근육을 키우고 몸을 단련한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각본이 짜여 있다. 스포츠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다(WWE는 World Wresltign Entertainment의 약자이다).

책에 있는 UFO나 각종 고대의 물품 등의 증거 사진과 역사적 사실은 출처가 분명한 팩트들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내린 작가의 결론은 허구이다. 순전히 재미를 위한 거다. 작가는 이를 다큐멘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이름을 붙였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의 조합인 팩션(Faction),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하나로 봐도 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재미를 위한 허구다. 

 

몇 가지의 키워드로 이 책에 대한 내 나름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 볼까 한다. 

 

   명백한 증거들

 

서구 여러 나라 박물관과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는 그림에 UFO가 등장한다. 한눈에 봐도 고대, 중세, 근세 시절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금속성의 물체다. UFO는 현대(대략 1945년 이후)에 비로소 개념이 잡히고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옛날 그림에 등장할 수 있단 말인가? 

 

예전 시대 말고 현대의 증거물도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NASA의 각종 탐사위성이 이미 몇십 년 전에 쏘아 올려져 태양계를 누비고 있다.  태양계 내 여러 행성, 위성에 관한 수많은 사진들을 나사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사진들 중 몇몇을 유심히 살펴보면 인위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물체, 건축물 등이 나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사진들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책의 저자는 개인적 호기심으로 이를 검색하여 알아냈고 외계인의 존재를 나타내는 증거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엉터리가 아니다. 

 

 

단순히 신비주의적, 음모론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저자만이 아는 특출난 정보나 사진을 들이대지도 않는다. 누구나 조금만 수고를 하면 찾아볼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이미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토대로 외계인과 UFO의 존재를 주장한다.

 

외계 문명에 대한 재미와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왔다. 터무니없고 허황되었다면 그냥 나가버렸을 것이다. 명백히 밝혀진 정보를 디딤돌 삼아 저자만의  논리를 과감히 펼쳐 보이는데 약간의 비약이 있을망정 전반적으로 납득이 된다. 

 

이게 중요하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다보면 그냥 저절로 납득이 된다. 납득이...

이 책의 내용이 실제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미스테리를 다루고 있기에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다. 거기다 사람들을 납득시킬 정도의 정보와 논리까지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 정도의 설득력이라면, 외계인은 존재해줘야만 하는 거다."

 

   너무 넓은 우주와 광속 한계

 

우주는 넓다. 우리 은하계에서만도 태양과 같이 행성을 거느린 항성이 1천억 개 정도가 있다고 한다. 태양계 같은 것이 1천억 개 이상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은하도 발견된 것만 약 1천억 개라고 한다. 1천억 곱하기 1천억이다. 정황상 이들 중에 인류처럼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아예 무시하는 것이 비이성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1천억 개의 은하계 중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안드로메다 은하다.

흔히 생각이 없을 때 이런 말을 한다.

"개념을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보내 벼렸냐?"

저 멀리는 250억 광년이다. 즉 안드로메다 은하는 250억 광년 떨어져 있다. 

초속 30만 킬로미터, 1초에 지구 둘레를 7바퀴 반을 돈다는 빛의 속도로도 무려 250억 년이 걸리는 거리다. 가장 가까운 거리가 이 정도다.

참고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우주로 나가는 스페이스 셔틀 등 우주선의 속도가 초속 11 킬로미터라고 하니 빛 속도와 비교조차 되질 않는다. 

 

 

안드로메다 은하

 

제 아무리 첨단의 과학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라 해도 이런 거리를 극복하며 지구에까지 올 수는 없다. 바로 광속 한계 때문이다. 모든 질량이 있는 물체는 빛의 속도 이상을 낼 수 없다는 말이다. 

 

무한히 넓은 우주는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반대로 외계 생명체 간의 교류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 그럼에도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은 무엇인가?

저자는 이들 외계인들이 먼 곳이 지구 가까운 곳에서 온다고 말한다.

 

외계인의 증거는 있다.

하지만 멀어서 지구까지 올 수는 없다.

그러므로 가까운 곳에서 오는 것이다.

 

명쾌한 논리다.

여기서 가까운 곳은 태양계다. 수백억 광년의 은하계가 아닌 현재의 인류의 과학기술로도 몇 달에서 몇 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우리 지구가 속해있는 태양계. 그래서 책 제목도 <태양계 연대기>인가 보다. 

태양계 내에 세워진 외계 문명. 

저자는 이를 초고대 문명과 연관시키는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외계 문명에서 피라미드의 초고대 문명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아주 살짝 부자연스럽단 느낌도 받았다. 

 

   초고대 문명

 

현생인류를 크로마뇽인이라고 하는데 약 3만 년 전에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세계로 퍼져갔다. 이 크로마뇽인이 세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고대 이전의, 초고대 문명이 있지 않을까? 

 

초고대 문명에 대한 증거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정황 증거와 물적 증거.

 

정황 증거는 이렇다.

 

이런 고등 문명 수립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타고난 두뇌 능력에서 크로마뇽인과 현대인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기 때문이다. 뇌 용적 비교 등 다양한 연구 결과, 만약 크로마뇽인의 어린아이를 현대에 데려와 교육시킬 수 있다면 정상인으로 성장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높은 지능을 타고난 그들이 수만 년간이나 원시적인 타제석기나 골각기 등을 사용하면서 구석기 문명 속에 정체되어 있었을 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던 중 1만여 년 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신석기 문화를 일으키고 문명을 쌓아나가고 대피라미드를 건설하고 나아가 물리학과 내연기관과 원자력을 발명하여 지금의 과학문명에 이르렀단 말일까.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가 아는 신석기 문명이 단 1 만여 년의 세월 동안 마제석기에서 우주여행이 가능한 지금의 현대 문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면 그 이전의 2, 3만 년 동안에도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긴 시간이 주어졌던 만큼 지금보다도 더 발전한 단계에까지 도달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지능이 있는 생명체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발붙이고 사는 행성을 벗어나 우주로 진출할 수도 있다. 현재의 우리가 그렇지 않나.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대략 1만 년 전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크로마뇽인이 지구 상에 퍼지기 시작한 3만 년 전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약 1만 년의 시간 동안 원자력과 우주탐사선으로 상징되는 고등 문명을 건설했듯이 우리와 같은 지능을 가졌던 그들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지 않았을까? 비록 어떠한 이유로 잊혀져 버리고 파괴되어 버렸을지도 모를 문명의 건설을 말이다.

 

물적 증거의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피라미드다.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이 어렵다고 한다. 단단한 화강암을 반듯하게 깎아내고, 수 톤~수십 톤의 돌을 최대 100미터 넘는 높이까지 들어 올려 건물을 쌓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단순히 규모만이 문제가 아니다. 피라미드에 사용된 각종 수학적 계산과 공학적 정밀함은 파라오의 광적인 권력과 일꾼들의 무한 노동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어떠한 지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 대체 이 지식은 무엇일까?

 

   의학과 한의학

 

피라미드 건설에 사용된, 현재는 알 수 없는 모종의 지식을 저자는 의학과 한의학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어떠한 현대 의학도 침, 경혈 등과 같은 동양 의학의 진료 체계를 설명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체했을 때 바늘로 손가락을 따는 게 분명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똑같은 몸이지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른 관념을 가지고 다른 지식 쳬계를 만들었다. 

이걸 과학기술과 문명에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의학에 대비되는 한의학과 같은, 현대 문명에 비교되는 초고대 문명.

한의학과 초고대 문명의 차이는 딱 하나다. 

한의학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초고대 문명은 잊혔다는 것.

 

엄청난 오랜 세월 동안 인류는 석기시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접어든 것이 역사의 발전이라고 배운다. '석기'라는 단어가 미개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와 능력치가 같은 석기 시대인들이 과연 수만 년 동안 원시적인 상태로 머물렀을는지는 의문이다. 금속을 사용할 수 없었던(어쩌면 사용할 필요가 없었을) 그들 나름대로 돌을 활용하는 방법에 매진하지 않았을까? 

 

 

<생활의 달인> 같은 TV 프로그램이 있다.  몇 년~ 십몇 년을 꾸준히 같은 일을 한 사람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그들만의 기발하고도 특이한 노하우 소개한다. 이런 사례를을 한 개인의 경우가 아닌 문명 전체로 확장시키면 어떨까? 한 사람의 일생이 아닌 세대에서 세대를 통해 전해지는 노하우 말이다. 일제시대였던 100년전과 지금의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와 차이를 생각해본다면 수 만 년간의 석기 시대에서 돌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이 전혀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고 상상하는 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돌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했던 그들은 제철소로 대변되는 현대의 금속 문명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석기에 관련된 지식 체계를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현대 기술로 피라미드와 고대 건축물들을 재현할 수 없는 건 우리가 멍청하거나 지능이 퇴보되어서가 아니라 돌을 절실히 사용할 필요성이 없고 이에 대한 지식을 쌓을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철과 콘크리트가 있으니 말이다.

현대의 TV 화면이 그들에게는 마법이듯이, 피라미드로 대표되는 초고대의 건축물, 유물 등을 우리는 그저 미스테리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고대 문명의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 있지만 우리의 편협한 사고방식이 그들의 문명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듯하다. 

"네 생각만 하지 말고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라!"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남의 입장을 헤아려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구축한 현재와는 이질적인 문명(과학기술, 사고체계)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해야 하지 않을는지.

 

 

   결론

 

독서를 하는 이유가 뭘까?

지식을 받아들이고, 논리력을 키우고, 사고의 범위를 넓히고, 인문학적 통찰을 얻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이런 류의 유익한 책들은 유명한 대학 교수가 지은, 근엄하고 지루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몸에 좋지만 혀에 쓴 약처럼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먹으면 몸도 튼튼해지고 맛도 일품인 요리가 있다면 어떨까?

바로 이 책 <태양계 연대기>가 그런 요리같은 책이 되겠다.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단, 천천히 꼭꼭 씹어먹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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