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네빌링

vainmus 2019. 8.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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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시크릿>이란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상상만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법이란 내용인데, 지금은 터무니없는 얘기로 치부되면서 그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이러한 시크릿류의 원류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상상을 통한 소원성취, 자기계발에 관해 원조라고 할 만한 인물이 있다. 바로 네빌 고다드(Neville Goddard, 1905-1972)다. 네빌링은 네빌 고다드의 상상 기법을 가리키는 말로 통한다. 

 

<네빌링>이란 책의 저자는 오랜 시간동안 네빌 고다드의 상상의 기법을 알고 활용한 전적이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과연 그는 상상을 통해 원하던 것을 이루었을까?

돈도 벌고,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등등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오'다. 상상만으로 뭐든지 뚝딱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 또 다시 드는 궁금증.

그럼 굳이 상상이니 네빌링이니 심상화니 이런 것들 다 필요 없지 않나? 그런데도 이렇게  <네빌링>이란 책을 출판하는 건 뭔가?

 

상상으로 목표를 이루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주장이라고 한 것은 확실히 증명되지 않은 내용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몇 가지 심상화 성공 사례를 든다. 그런데 하찮은 것이다. 

USB를 가지고 싶어서 USB를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봤는데 며칠 후 사은품으로 UBS를 받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제대로 된 건 이게 다다. 

보다 거창하고 대단한 걸 기대하고 해봤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난 여기서 오히려 이 책의 내용과 저자에 대해 믿음이 갔다. 여타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미화된 성공 스토리 같은 것이 없다. 솔직하고 진솔하다. 

 

저자의 말대로 상상의 힘, 그러니까 심상화로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여보자. 그런 다음에 이 책의 정말 중요한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핵심 키워드는 세 개다. 

 

  1. 끼리끼리
  2. 익숙함
  3. 욕구 저하

 

 1  끼리끼리

 

똥은 똥끼리 모인다, 끼리끼리 만난다, 라는 말이 있다. 좀 더 점잖게 표현하자면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가 된다. 

확실히 성격이 서로 비슷하고 마음이 잘 맡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친구가 된다. 이걸 돈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돈이 많은 사람들도, 돈이 없는 사람들도 모두 끼리끼리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당연시된다. 이건 단순히 수치로 측정되는 경제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그래서 경제력이 풍족한 사람들 특유의 성향, 마음가짐 등이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산동네 허름한 빌라촌과 고급 아파트 밀집 지역을 가보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어른들도 다르고 아이들도 다르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행동이나 생활패턴 같은 것 말이다. 행동은 마음에서 나온다. 결국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얘기가 된다. 책의 저자는 이런 마음이 다름 아닌 잠재의식이라고 말한다. 

 

잠재의식을 바꾸면 마음이 바뀐다. 행동, 성향, 생활이 달라진다. 가난한 사람의 특징이 부자의 특징으로 변한다는 말이다. 이렇다면 지갑에 돈이 없는 사람도 부자와 잘 어울리고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마음(잠재의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여기까지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상상 기법, 심상화, 네빌링을 통한 잠재의식의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말이다. 

 

 2  익숙함

 

젓가락질 하는 걸 의식적으로 하는 사람 있나? 친한 친구와 수다 떠는 걸 신경 쓰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 가게 된다면 어떨까? 뭘 어떻게 할 줄 몰라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을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를 움직이는 부잣집 자제들, 엘리트들의 저녁 모임에 우연히 초대되었을 때, 과연 제대로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이 좋아서 돈이 많은 나를 상상해보지만 내 마음은 그것이 거짓인 것을 안다. 몇 날 며칠을 계속 심상화(네빌링)를 해도 마음(잠재의식)은 그리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상상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고급 레스토랑 파티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그래서 굉장히 어색해하며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침대에 누워 상상으로 몇 번 파티 모습에 참여하는 나를 그려보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와 비슷하다고 본다. 

아무리 내가 부자이고 부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긴다고 상상해도 내 마음은 현실을 분명 인식하고 있다.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나의 인식마저도 속아 넘길 정도의 심상화라면 부를 얻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이런 정도의 집중력과 마음을 다루는 능력이면 네빌링 말고 뭘 해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싸구려 USB를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한 저자는 마음속에서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없으면 그냥 사면된다. 부담이 되지 않으니 그런 것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어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등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몇 번 심상화, 그러니까 네빌링을 했어도 자신의 속마음이 진정 돈이 많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네빌링을 할 때는 이미 익숙한 것에서부터 조금씩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책의 저자처럼 USB 같이 부담 없고 저렴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마음이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에. 

 

 

 3   욕구 감소

 

돈을 갖고 싶어 네빌링(심상화)을 하고 나서 괜한 기대와 흥분에 들뜰 수도 있다. 저자의 말이 맞다면 분명 나에게는 돈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약간의 초조와 불안이 생길 수도 있다. 과연 돈이 나에게 올까?, 하는 걱정과 의심 때문에. 

 

이는 심상화가 잘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상화(네빌링)는 잠재의식(마음)을 바꾸기 위한 도구다. 그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다. 백날 천날 상상만 해봤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소리다. 상상 속에서 내가 1인칭이 되어 어떤 행위를 하고 그것을 경험했을 때 우리 마음속에 조금씩 익숙함이 쌓이게 된다. 물론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게 더 확실하지만 그런 기회를 마련할 수 없으니 상상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가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시합하는 모습을 1인칭으로 그려보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과 같다. 

마음에 익숙함이 쌓이게 되면 더 이상 그건 굳이 이름 붙이고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움이 된다. 의식조차 할 필요가 없다. 걷는 걸 의식하는 사람은 없다. 두 팔을 움직여 머리 감고 세수하는 걸 부자연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심상화를 통해 이미 내가 부자가 되어있다고 느끼게 된다면 돈에 대한 욕망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상 속에서 생생하게 부자의 삶을 체험해 봤다. 그들의 즐거움을 마음껏 경험해 봤으니 이제 그들의 삶이 그리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배고픈 사람의 머릿속에 항상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로 가득 차 있다가, 배불리 식사를 한 후에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는 것과 같다. 

 

다시 저자의 USB경험담으로 돌아가 보자. 

싸구려 USB를 가지고 있는 모습, 이미 가졌다고 상상했을 때, 더 이상 USB에 대한 관심과 미련이 없었다고 했다. 공짜로 USB를 가질 생각, 아니 처음 하는 네빌링이 성공할 거라는 기대, 그래서 앞으로 모든 하고 싶은 것, 같고 싶은 것들을 상상의 힘으로 얻을 수 있다는 설렘과 흥분도 없었다고 했다. 일부러 마음을 비우려 애쓴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냥 자연스럽게 네빌링을 한 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잠재의식이 제대로 반응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사은품으로 공짜 USB를 받게 된다. 

 

 

    나의 생각 및 결론

 

마음(잠재의식)을 바꾸려면 행동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여 그 상황 속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가난한 내가 부자의 삶을 체험하기 위해 무대를 세팅하고 배우들을 섭외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차선책으로 하는 것이 바로 심상화(네빌링)이다. 

엘리트 선수의 마인드 컨트롤(실제 시합을 1인칭으로 상상해보는 것)처럼 분명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우리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잠재의식)을 의지대로 조절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현실에 매여있는 나의 오감과 의식을 완전히 극복할 정도로, 상상 속의 멋진 나의 삶이 현실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져야만 가능한 것은 아닐까? 

그런 강력한 심상화를 할 수 있는 정신능력이 있다면 이미 그는 평범한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닐까?

 

  1. 나의 잠재의식이 바뀌었다.
  2. 성격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3. 만나게 되는 주위 사람들이 바뀐다.
  4. 보고 듣는 것이 달라지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5.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돈 벌 기회가 찾아온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합리적으로 납득이 된다. 

하지만 저자의 USB 성공담은 어떻게 봐야 할까?

내 마음(잠재의식)이 USB를 가지고 있다고 느낀 것 까지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서 올 수 있단 말인가?

한 개인의 잠재의식 변화는 외부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모르는 것은 많은데 나의 지력으로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궁금증을 머릿속 한 구석에 담아놓고 계속 음미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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