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경험에서 우러나오는)변비의 원인과 치료 (3)

vainmus 2019.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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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위의 남자

생각해보니 이건 건강 정보라기보다는 일종의 에세이다.

변비 에세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변비의 원인과 치료 1, 2 편에서 다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변비는 크게 똥이 안 마려운 것과 똥이 안 나오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똥이 안 마려운 것은 지나친 소식, 긴장감, 밤에 잠 못 잠 등이 있다.

똥이 안 나오는 것은 물을 적게 마셔서 그럴 수 있다. 

 

물론 이것 외에도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겪은 경험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이렇게 한정되었다. 

 

이제까지 변비의 원인을 알아봤으니 오늘은 변비의 치료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설명하자면 굉장히 간단하고 쉽다.

변비의 원인이 안 생기게 하면 된다. 

 

배부르게 먹고(식물성 섬유 풍부한 것), 낮 시간에 몸을 잘 움직여주면 끝난다. 

음식물이 있어야 똥이 만들어질 것 아닌가. 낮에 바쁘게 활동하면 밤에 잠도 잘 온다. 밤에 잠을 잘 자야 다음 날 아침에 똥이 잘 나온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거기다 활동 자체가 운동이 되니 일석이조다. 

 

변비 고치기는 쉽다. 말로는. 

하지만 실제로는 어렵다. 

왜냐하면...

 

 

 

일단 변비에 걸린 상태로 있으면 도통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뭘 하고 싶지가 않고 더부룩하고 불편한 아랫배가 신경 쓰여 한없이 게을러진다. 움직이기도 싫고 집중해서 뭘 하기도 싫고. 이러니 그다지 입맛 밥맛도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밤에 잠도 잘 안 오는 경우도 생긴다. 이렇게 되면 다시 똥을 못 싸고, 다시 무거워진 아랫배가 신경 쓰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달리기나 줄넘기 같은 운동을 통해 대장 기능을 끌어올리고 적당한 피로감을 유발시켜 숙면을 취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난다. 며칠 간 먹은 음식물 찌꺼기인 똥이 장에 가득 찬 상태로 달리고 뛴다고 생각해보라. 진수성찬을 상다리가 휘어지게 대접해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게 바로 변비 걸린 사람들의 숙명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식욕(똥의 재료), 운동(대장 운동 활성화), 숙면(아침에 똥 잘 나옴)의 3박자가 온전히 맞물려 제대로 돌아가야지만 쾌변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내 경험에서 나온 해법은 이렇다. 

이삿짐 나르기!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라는 건 아니고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작은 거울, 손톱깎이 뭐 이런 거 말고 자기가 혼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크고 무거운 것들을 말이다.

 

 

 

예전에 집을 빼고 새로 이사하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해서 변비에 걸린 적 있었다. 나는 이사를 할 때 포장이사 업체가 아닌 1톤 용달 업체를 불렀다. 가격이 싸니까. 하지만 모든 짐을 다 내가 포장하고 담아놓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특히 책꽂이에 오래된 책들이 있었는데 이게 부피도 부피이지만 무겁기도 엄청 무거웠다. 원래 책을 이루는 종이에는 돌가루가 포함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은 나무토막과 돌덩어리다. 

 

일일이 책장에서 다 빼고 끊으로 묶고 한 책들을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에서 주차되어 있는 골목까지 옮기느라 개고생 했다. 아침 일찍 시작한 이사는 오후 4시쯤 끝났다. 그동안 계속 물건을 옮기며 몸을 사용했다. 

 

피곤해서 9시쯤 골아떨어졌는데 잠을 굉장히 깊이 잤나 보다. 다음 날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는데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정말 깊은 잠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일어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똥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향했다는 거다. 그다지 힘을 주지 않고 그냥 변기에 앉기만 했는데 마치 똥이 저절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범상치 않은 일이었다. 확인차 변기를 바라봤다. 길쭉하고 튼실한 황금색에 가까운 똥이었다. 쾌변인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싼 똥들 중 손꼽히는 똥이었다. 

 

 

 

복기해보니 이삿짐을 나르는 과정에서 몸을 썼고(운동), 몸을 쓰니 배가 고팠고(식욕), 피곤해져서 정말 깊게 잠을 잔 것(숙면)이었다. 변비 해결을 위한 3박자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변비로 고생하는 환우들은 마음을 크게 먹고 자기 방 정리 같은 걸 해봐도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책상을 닦고 이런 가벼운 것 보다 책상 위치를 바꿔본다던가 책들을 다 빼고 책꽂이를 닦는다던가 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변비에 걸리면 의욕이 안 생긴다는 건데, 이걸 의지로 밀어부치라고는 차마 말을 못 하겠다. 배에 똥이 가득 차 있는데 뭘 할 수 있는 마음이 안 생긴다. 나도 이사할 때 귀찮고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다. 사람은 어느 정도 강제성이 부과되어야지만 뭘 할 수 있는 걸까?

 

변비를 고치려 애써서 배에 똥이 들어 찬 걸 꾹 참고 했다고 치자. 그것도 무더운 여름날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다음날 똥이 안 나올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나왔지만 사람이 다 100% 똑같지는 않느니. 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열심히 따라한 사람이 자고 일어났는데 똥이 안 나온다고 하면 나는 아마 욕을 먹겠지?

 

"아오~! 블로그 그 새끼 뭐야 따라했는데 똥 안 나오잖아! 씨발!"

 

다음번에는 진짜 막막하고 저주받은 케이스인 골반저근무력증(골반저 근실조)에 대해 포스팅해 본다.

쉽게 말해 똥을 쌀 때 힘을 줘야 하는데 이걸 할 줄 모른다는 거다. 

똥이 마려워도 똥을 쌀 수, 그러니까 몸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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