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복싱, 혼자서 독학 가능한가? 1

vainmus 2019. 4.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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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혼자서 독학 가능한가?

 

나도 복싱을 좀 해보고 싶은데, 체육관 다닐 시간과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체육관 등록 회비가 없거나 집을 떠나 장기 출장 중인 분들(몇 개월 이상이 아니어서 현지 체육관에 등록하기도 애매한 경우).

또 기타 여러 다른 이유 때문에 집에서, 또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복싱을 연습해보고 싶으신 분들.

 

언제나 그랬듯이 엘리트 체육인, 직업 복싱 선수가 아닌 일반인 기준으로 설명해 본다. 

 

일단 난 불가능 하다는 쪽으로 손을 들고 싶다. 

복싱을 잘한다는 것은 3가지가 몸에 완전히 붙어있다는 건데 이걸 혼자서 체득한다...?

글쎄...

 

그 3가지는 아래와 같다.

 

  • 상대방과의 거리 감각
  • 상대방 주먹에 대한 익숙해짐
  • 상대방과 맞붙었을 때 유지하는 침착함

 

보시는 바와 같이 다 '상대방'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 거울을 보면서, 혹은 정신을 집중해 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그려가면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링에서 서로 상대방이 되어 겨루는 그 짧은 시간(긴 시간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 금방 지친다)이 계속 누적되어야 익힐 수 있는 것들이다. 

 

복싱 실력 향상은 아래와 같은 루틴의 연속이다. 

 

  1. 기본기(쉐도우 복싱, 헤비백 때리기) 
  2. 자신감, 우쭐함이 생긴다
  3. 스파링
  4. 연습한 것이 안나오고 붕붕 막주먹, 지저분하고 추해짐, 숨차고 힘만 든다
  5. 좌절감이 밀려온다
  6. 다시 1번 기본기로...

 

1. 거리 감각

 

(다른 무술에서는 간합이라고도 한다)

쉐도우 복싱, 헤비백으로 기본기를 마쳤으니 이제 스파링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아무리 쉐도우 복싱, 헤비백을 쳐도 막상 올라가면 상대방과 나와의 거리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쉽게 말해 맞을까 봐 겁나서) 닿지도 않는 먼 거리에서 주먹질을 하곤 한다. 그것도 16온스 무거운 글러브를 끼고. 체력소모는 덤이다.

 

상대방과 서로 마주하고 있으면 굉장히 가까운 것 같지만 거울을 통해 서로의 거리를 객관적으로 본다면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다. 그러므로 서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릴 수 없다. 다시말해 나도 맞지 않는다. 너무 겁먹지 말자. 물론 말대로 쉬운 것이 아니란 게 문제이지만...

서로 마주보고 있으면 굉장히 가까운 거리처럼 느껴지지만 거울을 통해 서로의 옆모습을 보면 나나 상대방이나 서로 펀치가 닿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상대방은 내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다. 그게 불과 반 걸음, 혹은 한 걸음 거리일지라도 주먹이 닿지 않으면 무조건 먼 거리다. 

 

'아... 상대방이 가까이 있는 듯 보이지만 좀 더 내가 다가가야겠다. 그래야 내 주먹이 상대방 안면에 닿겠구나...'

 

초보자들은 무조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 앞만 보고 쭉쭉 뻗는, 직선을 그리는 펀치(원투 스트레이트)는 그나마 거리감 잡기가 쉽다.

(하지만 진짜 복싱을 잘하는 사람의 무기는 직선 스트레이트 펀치도 있지만 짧은 거리에서 사용하는 라운드 성 펀치다)

바디, 훅, 어퍼컷 같은 짧은 펀치의 거리감도 익혀야 하는데 이건 더 힘들다. 

상대방과 더 가까운 거리(그만큼 더 무섭다)에 있어야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기에.

서로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거리에서 상대의 빈틈을 찾아 각도를 맞춰 펀치를 몸통에 때려 박아야 하는데 이거 좀처럼 익히기 힘들다. 

혼자서 거울보고 이런 감각을 체득할 수는 없다. 

 

 

2. 주먹에 대한 두려움 

 

흔히들 복싱 선수는 주먹에 맞으면서도 눈을 뜬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건 엘리트 선수나 해당되는 얘기고...

일반인들은 이런 엘리트 수준까지 갈 필요는 없다. 

복싱이나 격투기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주먹질을 하려는 동작만 취해도 눈을 감고 움찔하게 된다. 

 

얼굴 가드 없이 두 주먹은 앞으로 뻣고, 눈은 감고, 몸은 뒤로 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는, 이런 동작만 없애면 된다. 

거리 감각 체득도 그렇지만 이건 정말 스파링 경험 밖에 답이 없다. 

 

강조한다. 

상대방 펀치에 대해 초연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주먹질을 할 때 아무런 경험없는 생초보처럼 너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다.

눈을 잠시 동안 살짝 감을 수는 있어도 두려움 때문에 나의 기본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하라는 얘기.

생초보들의 대표적 실수가 바로 가격 당할 때 상체를 지나치게 숙이고 상대방이 아닌 땅을 보거나 가드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바로 살아있는 샌드백으로 전락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드가 유지되고 몇 대 맞더라도 땅을 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게 다다.

주먹에 대한 두려움 극복... 그게 뭐 별건가...

어차피 다 가드가 막아준다(16온스 글러브는 두꺼워서 제대로만 하면 상대방의 웬만한 주먹 다 걸리게 되어 있다).

오해하지 말건 아예 안 맞는다는 게 아닌 치명적인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먹이 오고가는 처절한 사각의 링... 그 안에서 그 누구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 돈, 빽, 명예, 지위... 아무것도 소용없다.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바로 견고한 가드! 가드를 믿어라... 그래... 가드께서 모든 걸 다 막아주실꺼야... 

 

 

 

 

3. 침착함

 

솔직히 일반인 수준에서 침착함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거리 감각이 있고, 또 주먹에 대한 공포가 없으면 링에 올라가서 충분히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다(다시 말하지만 일반인 기준).

하지만 침착하질 못하면 나의 주먹이 거칠고 난폭해진다. 

 

'그래서 어쩌라구?'

'내가 상대방을 잘 때리면 되는 거 아니야?'

 

맞다. 내가 상대방을 잘 때리면 그게 장땡이다.

하지만 난폭하고 거친 주먹은 그냥 목적 없이 휘두르는 붕붕 막주먹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상대방은 헤비백이 아니다. 

헤비백처럼 때리기 만만하지 않다. 

헤비백 처럼 때리기 좋은 모양도 아니고, 가만히 있지도 않는다.

쉬지 않고 움직인다. 거기다 상대방은 나를 향해 주먹질도 한다. 

아무리 파이팅 넘치게 주먹을 많이 날려도 10개 중 한 두 개 제대로 때리면 많이 맞추는 거다.

 

침착하지 못한 나의 거칠고 난폭한 주먹은 상대방에게 손상을 주기 전에 나의 체력을 먼저 갉아먹는다. 

뭔가 터프하고 강력해 보이기만 할 뿐, 창대한 시작과 미약한 결말... 이런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이 역시 오랜 스파링 경험만이 답이다. 

아무리 내가 소나기 주먹을 퍼부어도 상대방의 가드가 견고하다면 내 주먹은 상대방의 글러브, 두 팔에 막혀 얼굴과 몸통에 도달하지 못한다. 

 

침착함이라고 해서 무슨 나이 많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고매한 어르신, 절에서 오랜 묵언 수행 중이신 스님... 이런 이미지로 생각하시는 분들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침착함은 이런 뭔가 고차원적인 게 아니다. 

아래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분명 때리는 건 난데 상대방은 아파하지도 않고, 내 숨만 차오르고 힘만 빠진다.' 

(상대방 가드가 견고하다는 얘기...!)

'아직도 스파링 끝나는 종 울리려면 한참 난은 거 같은데... 큰일 났다!'

'아... 씨발...! 이렇게 막 때리면 나중에 내가 힘 빠져서 개 쳐 발리겠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좋은 경기를 위한 매너, 인격적 성숙...

이런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것들이 절대 아니다.

그냥 나의 생존본능이다!

나의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 그래야 내가 덜 맞는다는...

(내가 힘이 빠진걸 눈치채는 순간 상대방은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켜 마신 듯 갑자기 힘이 난다)

 

아무튼...

거리 감각, 주먹에 대한 두려움과 같이 침착함도 이런 식으로 스파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다. 

 

다음에는 <복싱, 혼자서 독학 가능한가 2> 편으로 찾아뵙겠다. 

참고로 오늘 말한 위의 내용 3가지가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또 복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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