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복싱의 실전성

vainmus 2019. 4. 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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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복싱의 단점에 대해 써봤다. 

 

복싱의 단점

 

이번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장점에 대해 한번 써볼까 한다. 

모두가 관심 있는 실전성이다. 

 

실전!

 

근데 대체 실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간단히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첫째, 전쟁이다. 애초에 실전이란 게 실제 전투, 혹은 실제 전쟁의 준말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의미의 실전이라면 글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병사들끼리의 참혹한 상륙전, 또는 <터미네이터 2> 같은 핵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나나 이 글을 읽으려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사람들이나 전혀 해당사항도 없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없다(그리고 제발 없었으면 한다).

 

둘째, 전면적 전쟁은 없다. 사회는 평온히 유지되고  내 삶에 영향도 없다. 그러나 누군가는  서로 죽고 죽이는 일, 치열한 암투가 발생한다. 영화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형님이나 <007>의 제임스 본드와 같은 삶이라고 할까? 대한민국에는 원빈 형님께서 계시다. 영화 <아저찌>의 격투씬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일견 우리가 가장 멋져하는 실전을 겸비한 남성성의 극치 일려나? 

 

영화 <아저씨>의 원빈.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엇는 싸움실력... 아니 ... 얼굴...?

 

하지만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참 멋있다고 느껴도 그건 영상 매체니까 그런거고... 

영화 마지막에 절뚝거리며 쓸쓸히 걸어가는, 또 총을 맞아 강물에 빠지는 제이슨 본 형님, 비록 악질 범죄자들이지만 사람을 하도 많이 죽여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아저씨>의 원빈의 삶이 좋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나? 이것도 우리에겐 해당사항 없다. 

 

셋째, 결국 남은 건 길거리 싸움이다. 

 

남자들 끼리의 길거리 싸움. 도그 파이팅. 흔히들 개싸움이라고 불린다. 참고로 여자들은 캣 파이팅.

 

일반인들에게 일어날 확률도 가장 높고.

흔히 밤에 회식을 하거나 친구와 술자리를 가진 후 골목길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어깨를 부딪혀 얼굴을 붉히는 경우, 또는 무서운 중딩, 고딩들이 모여있는 좁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가야 할 때 등등...

이 길거리 싸움의 양상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1. 갈고 닦은 복싱 실력으로 멋지게 두들겨 팬다.

 

옆에 여자친구 혹은 썸 타는 여자가 있다면 온갖 화려한 복싱 스텝을 선보이며 마지막엔 상대방의 턱주가리에 어퍼컷을 꽂아 넣어.....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차라리 알거지나 되면 다행이지 까딱하다간 교도소 직행. 

 

2. 갈고 닦은 복싱 실력으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한다. 

 

모든 주먹의 궤적을 알고 있는 복서(비록 동네 체육관 찌다바리이지만)이기에 그 누구의 주먹도 피할 자신 있다. 상대방의 두 주먹은 내 어깨를 타로 흘러 무력화된다. 길거리 시비를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현란한 헤드 무빙과 상체 움직임을 마음껏 뽑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해서 유명 방송 셀럽들이 누리는 인기를 한번 간접 체험해 보며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

 

현실성 없는 일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이 복싱 배우면 주먹 다 잘 보이고 피하는 줄 아는데 아니다(물론 붕붕 휘두르는 막주먹에 잘 대처하긴 하지만).

실제로 아는 사람이 복싱 배웠다고 친한 형에게 마구 때려보라고 했다가 피하질 못해서 코피 터져 개망신 당했다고...

 

 

3. 서로 치고받고 싸운다. 

 

앞의 두 개의 경우와 달리 현실성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때렸으니 골치 아파진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내'가 때리면 안 된다.

 

4.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다.

 

절대 내가 때리지 않으니 앞의 세 개의 경우보다 훨씬 낫다. 때리면 돈이 들고 맞으면 돈을 번다. 맞는 게 남는 거다!

아이~좋아!!!!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일단 때린 상대가 도망가면 안 된다. 어떻게든 경찰서로 데려가야 한다. 최소한 신고한 경찰이 오는 동안 잡아놔야 한다. 경찰서 가서도 이런저런 진술을 해야 하며 여기서 드는 시간도 상당하다. 거기다 지난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법률적 지식이나 주위에 친한 변호사 없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상당한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냥 잔잔하게 이루어지던 평온한 일상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거기다 또 간과하기 쉬운 게 있어 보탠다.

"씹새끼!"

길거리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먹었다면 어떨까?

분명 기분이 나쁘고 조금 심하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힐지도 모른다. 억울하지 않나.

그냥 욕만 들은 것이 이 정도니 만약에 주먹으로 맞아서 얻어터졌다면?

그 정신적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무리 돈이 굳는다 한들 이런 괴로운 마음으로 한동안 보내는 건 정말 싫다.

 

실제 정신적으로 많이 괴롭다. 

예전 스파링 할 때 나보다 훨씬 어린 고등학생, 대학생들한테 많이 맞았는데 아픈 건 둘째치고 며칠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참 못났다고 자책하고 다녔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맞는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흔히들 자기 전 이불킥이라고 하질 않나. 잊고 싶은 쪽팔린 기억이 불쑥 찾아오는 시간... 

아... 이런 게 바로 트라우마구나.... 

동네 체육관에서 복싱하는 게 이 정도인데 실제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고등학생 이상 하고는 스파링 안 하고 서른 넘은 아저씨가 돼서 중학생들하고 많이 했다.

그래서 당시 잠깐 얻은 별명이 바로 '중학생 킬러' 

 

결국 때리지도 맞지도 말아야 한다. 

 

10대에게 집단폭행당한 30대 자살

10대들에게 폭행당한 30대 남성이 신체적 손상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결국 자살했다는 내용.

 

 

5. 도망간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선택이다. 너무 쪽팔린 거 아니냐고?

절대 쪽팔리지 않다. 억지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참는 게 이기는 거다.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냐. 

 

이런 말을 스스로 되뇌며 '그래 난 싸움을 피한 거야'라고 자위하는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여기 복싱을 배운 사람 A, 안 배운 사람 B가 있다고 하자.

A, B가 도망을 간다. 주위 사람들 다 둘 다 찐따로 볼 거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A는 스스로 싸움을 피한 거지만 B는 무서워서 도망갔다는 것.

이건 누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 깊은 곳에서 저절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다. 

그 후에 A는 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실제 주먹질을 해도 내가 그냥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므로(물론 실행에 옮겨서는 안되지만).

하지만 B는 비록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겠지만 속으로는 오만가지 상념에 시달릴 거다.

본인이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침착한 듯, 싸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인 듯 자리를 피했지만, 진실은 내가 그들보다 약해서, 맞을 것 같아서 도망간 것이라는 것을...

 

이런 마음의 타격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처를 내면에 남긴다. 그것이 작은 것이든 아니든 간에...

 


 

복싱으로(물론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이지만) 체력과 자신감을 쌓는다면 살면서 혹시 모르게 마주치게 될 이런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 상처를 완충시켜 줄 것이다. 

 

뭔가 화끈한 무엇을 생각하고 이 글을 읽으셨을 분들이 실망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말 혹시 들어보셨는가?

 

사는 건 전쟁이다!

 

먹고사는 게 힘들다는 얘기. 그냥 밥 벌어먹고사는 것도 피곤한데 온갖 사건에 휘말리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면 당장에 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로 내가 누리는 삶이 안정되고 평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바로 삶이라는 전쟁에서 진정 필요한 실전이 아닐는지.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복싱의 진정한 실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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