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를 읽고(2)

vainmus 2019. 10. 6. 06:00
반응형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리뷰로 작성하려다 보니 글이 굉장히 길어지는 느낌이다. 

1편에 이어서 2편을 쓰게 되었다. 

 

 

 

유럽을 위주로한 역사를 고대 로마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살펴보고 있는데 1편에서는 각기 로마, 중세, 근대, 그리고 번외 편인 프리메이슨, 이렇게 키워드를 잡고 리뷰를 하려 했다. 

 

헌데 글이 늘어나는 관계로 좀 더 압축을 했다. 내 나름대로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냈다. 

그건 바로 '유연성'이다. 

다리 찢기 할 때 유연성 말고 정신의 유연성이다. 

 

책에 쓰여 있는 커다란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면 이렇다. 

마녀사냥, 십자군 전쟁, 나폴레옹, 히틀러 등. 

 

마녀사냥

 

나와 다른 종교나 사상,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 대한 두려움 혹은 왜곡된 긴장감이 광적인 잔혹함으로 표출된 비극이 바로 마녀사냥이다. 산 사람을 불에 태워 죽인다는 것부터가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름을 극단적으로 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다.

 

이건 마치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 그리고 현 정부의 여혐몰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361.html

 

정부 비판하면 ‘좌파’ 낙인…헌법 가치 무시한 ‘신유신시대’

특검 “블랙리스트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중대 범죄” ‘박근혜 아니면 적’ 정권 비판세력 억압 위해 예산 사유화 세월호 추모글 모아 책 펴낸 도 ‘좌편향 출판사’ 낙인 블랙리스트 실행 소극적 공무원은 ‘성분불량자’로 지목해 인사 조처 반면, ‘화이트리스트’ 단체엔 전경련 동원해 3년간 68억원 지원

www.hani.co.kr

https://realnews.co.kr/archives/996

 

JTBC, 웹툰 독자 여혐으로 낙인찍다 | 리얼뉴스

종합편성채널 JTBC가 메갈리안의 반인륜적 행태를 지적한 웹툰 독자들을 일베(일간베스트)로 낙인찍는 대형 사고를 쳤다. 지난 27일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은 '여혐 논란'이 재점화 됐다며 웹툰 작가들이 일베 회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 18일 게임업체 넥슨의 성우 김자연씨가 트위터에 티셔츠 인증 사진을

realnews.co.kr

박근혜 대통령 시절 정부를 비판했다고 좌파 '낙인'이 찍혔다는 뉴스(위).

게임과 웹툰 관련 인물에게 비난을 했다고 여혐 '낙인'이 찍혔다는 뉴스(아래).

서로 별개의 사안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건 마녀사냥 시대와 별다를 것이 없다. 

 

 

 

십자군 전쟁

 

 

중동에 있는 예루살렘은 이슬람 세력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종교적 관용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열려있었다. 하지만 성지 탈환을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전사들을 모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인구 팽창에 따른 토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남자들이 전쟁터로 나가니까), 교황의 권위 강화를 위한 세속적 목적이 진짜 이유이다. 

 

그런데 웬걸... 전 유럽이 열광의 도가니다. 숭고한 기독교적 열정으로 감화된 이들이 저마다 자원해서 십자군을 조직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스스로 성스러운 전쟁을 하는 위대한 용사들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말로는 더럽고, 비참했다. 온갖 살육을 저지르기도 하고, 다른 일부는 노예상에 팔려 낯선 곳에서 평생 노예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저자는 로마와 중세를 비교하며 로마를 치켜세운다. 중세 사람들에게 잊힌 로마인들의 상하수도, 도로와 같은 인프라 설비보다도 그들의 합리성과 융통성, 포용력을 굉장히 높이 산다. 중세의 치욕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 두 이벤트(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는 로마 시대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나, 우리와 다른 존재를 무조건 눈과 귀를 막고 밀쳐내지 않고, 또 그들의 향해 쓸데없이 흥분된 감정을 앞세워 들뜨지도 말아야 한다. 그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나와 우리의 평온한 삶과 안정, 그리고 번영을 위해서다. 

 

 

 

 

 

이것을 요즘 사회적, 정치적 사적에 맟줘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조국 찬반 집회다. 

조국 사퇴와 문제인 퇴진을 외치는 보수 세력은 광화문에,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진보 세력은 서초동에 모여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쪽 주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진짜 문제는 서로 대화가 안 된다는 거다. 이러다 폭력사태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십자군과 마녀사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결국 사람의 피를 보게 된다는 게 우려스럽다.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255

 

‘폭발한 민심’ 검찰∙언론을 정조준하다

[단비현장] ‘검찰개혁’ 100만 집회

www.danbinews.com

https://news.joins.com/article/23594469

 

광화문~숭례문, 서울역 꽉 채웠다…'조국ㆍ문재인 규탄' 집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등 보수진영이 개천절인 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이른바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의 맞불 성격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오후 1시부

news.joins.com

각기 조국 지지와 조국 사퇴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집회다. 

종교적 열정에 지나친 흥분감으로 달아오른 중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십자군을 조직했다.

이번 시위의 지지측과 반대 측 그때의 십자군과 비슷하지 않을까?

종교가 아닌 정치적 열정에 기꺼이 흠뻑 빠지면서, 지나친 흥분감으로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퍼지는 그 흥분감을 느끼면서. 

십자군과 마찬가지로 뜻을 같이 한다는 것 만으로도 이들은 어떤 소속감과 유대감을 갖게 될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있다는 그 감정이 모든 논리를 집어삼키고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 끝은 어떨게 되려나?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마치 괜히 쿨한 척 잘난 척하며 같잖은 중립을 지키는 것 같다. 하지만 무조건 문재인 욕만 하고 물러나라고 하는 것도, 사모펀드 관련 비리가 확실시되는 조국을 계속 지지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나폴레옹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집권, 전쟁 등 굵은 사건 이면에 있는 나폴레옹의 얘기에 관심이 갔다. 물론 저자의 개인 생각에 가깝지만. 

 

촌구석 출신의 앞만 보고 달렸던 나폴레옹과 프랑스 상류사회의 자유로운 연예 문화에 익숙했던 조세핀(나폴레옹의 사랑했던 여인, 훗날 황후가 됨). 

나폴레옹에게 조세핀은 천하의 개 썅년이다. 전쟁터에서도 열렬한 구애의 연애편지를 쓸 정도로 한 여자에게 자신의 온 마음과 사랑을 바쳤던 나폴레옹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폈으니. 

하지만 조세핀 입장에선 그런 나폴레옹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남자 저 남자와 교제하는 것이 조세핀이 살던 그 시대 프랑스 상류층의 일상적 문화였다. 그녀에게 나폴레옹은 지나치게 엉겨 달라붙는, 그래서 좀 귀찮은 남자이지 않았을까?

 

왠지 나폴레옹에게서 영웅적 풍모 이면에 가려졌던 조금 소심하고 약간 찌질했던 면모가 보이는 듯하다. 

현대 시대로 놓고 보니 어떤 그림이 떠오른다. 

 

한 남자가 있다. 예쁜 여자 보고 혼자서 괜히 좋아하며 들떠서 이런 저런 사귀는 상상 하다가 큰 용기를 내여 고백하지만, 여자 입자에선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던 사람이 고백하니 그냥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당연히 거절을 할 텐데, 남자는 또 엄청난 마음속 시련을 겪고 다짐을 할 거다. 

다시는 저런 년들에게 내 마음을 바치지 않겠다고. 오직 성공만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고. 

 

이미치 출처 : Pixabay

그래... 나의 이상형.... 바로 저 여자야...

내가 이렇게 좋아하니 틀림없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겠지...

오늘 그녀에게 나의 사랑을 고백하고야 말겠어!

 

 

만약 나폴레옹이 조금만 더 세련되고 쿨 했다면 어땠을까? 

조세핀과의 사랑은 결말이 그리 좋지 않았다. 여자 뿐만 아니라 사람 대하는 법도 융통성이 없었다. 전쟁은 잘했지만 통치와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자신만의 지나친 열정과 열망에 사로잡혀 위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고단한 인생을 살았다. 

나폴레옹이 죽기전에 남겼다는 말.

프랑스, 군대, 선봉대, 그리고 조세핀. 

누구에게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연애사가 그에게는 죽을 때까지도 가슴 깊숙이 묻어놓은 이루지 못한 커다란 아쉬움이 되어 평생을 괴롭혔다. 

 

조금만 유연하게 대처하고 상황을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황제의 자리에서 퇴위되어 유배되는 생활 이전에 한 개인으로써 보다 더 밝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지 않았을까?

 

 

 

 

 

히틀러

 

서구 사회에선 나치와 히틀러에 대해 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마치 군사독재 시절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김일성을 함부로 입에 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히틀러는 유럽 여러나라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그렇다고 히틀러가 나쁜 놈이기만 할까?

 

저자는 서양 승전국의 입장에서 히틀러를 무조건적인 순수한 악 그 자체로 보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친절하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독일이 전쟁을 하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그렇다고 히틀러 편을 드는 건 절대 아니다.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왜, 어떻게 히틀러가 그런 짓을 했는지, 그리고 과연 우리에게는 그런 성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단순히 히틀러 나쁜놈 하고 끝내버리면 모든 게 편하고 간단하다. 하지만 우리 속에 잠재하는 잔혹하고도 파괴적인 본성의 일부를 놓치게 된다.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어 잘 살펴보아야 한다. 언젠가 찾아오게 될지도 갈등과 충돌 속에서 커다란 참화로 고통받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에. 

 

 

결론

 

 

지금까지 글로 썼던 내용이 상당수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죽고 죽이고 피를 보는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비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를 위해 정신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직접 책에서 언급하진 않았다. 내 나름대로의 요약이다. 

 

괜한 열정과 흥분에 휩싸여 상대를 적대시만 한다면 굉장히 위험하다.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호흡이 빨라지고 호르몬이 뿜어져 나온다. 몸이 경직된다. 정신도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차분하고도 열린 자세로 세상과 인간사를 바라봐야만 한다. 

 

이러한 공부를 위해 지난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역사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공무원 시험에 나오는 자잘한 것 외우기는 도움이 안 된다. 

역사의 큰 흐름을 잡아주고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의 맥락을 알기 쉽게 나타내줘야 한다. 

초등학생 독후감용이 아닌 진정한 교훈을 줘야 한다. 

어차피 역사는 다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사람 사는 게 과거나 현재나 다를 게 있을까?

현시대의 시사와 관련지을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줘야 한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반응형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스 1,2,3 (국내편)>  (0) 2020.01.21
<책 리뷰>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0) 2019.10.02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  (0) 2019.08.09
네빌링  (1) 2019.08.08
<기적의 최면 학습법>을 읽고 (2)  (2) 2019.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