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책 리뷰>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vainmus 2019. 10.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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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잃기 싫은 이유!

 

첫째, 별 시답지 않은 지엽적인, 수박 겉핥기식의, 크게 쓸데없는 잡다한 지식을 중구난방 소개하는 경우.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 역사책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 보고 싶은 성인들에게는 너무 싱거운 감이 있다. 

 

둘째, 너무 무겁고 전문적이고 어려운 경우.

이건 전문가들을 위한 것이다. 분명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씹어 넘기기가 고역이다. 

 

셋째, 분명 충실하고 진중하게 접근하지만 사실과 사건의 나열만 있을 뿐 어떤 큰 맥락이나 흐름이 보이지 않는 경우.

뭔가 많이 먹는 듯하지만 배가 든든하지 않는 것으로 비유하면 될 것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런 단점이 없다. 하찮은 이야기들로 지면을 소모하지도, 지나치게 젊잖고 무거운 문체로 일반인을 주눅 들게 하지도, 연도표 외우기 식의 의미 없는 역사적 이벤트만 쭉 늘어놓지도 않는다. 

 

제목 :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유럽편)

지은이 : 원종우(파토 - 파토는 딴지일보에 기고했던 저자의 필명)

 

 

원래 2000년대 초반 딴지일보에 연재되었던 <파토의 유럽 이야기> 시리즈를 한데 모아 내용을 보강하여 출판한 책이다.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여기저기 사이트에 복사된 글들을 찾아 읽어볼 수 있는데, <파토의 유럽 이야기>의 모든 시리즈를 정독한다면 굳이 책을 사거나 빌려서 읽을 필요는 없다.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보다는 <파토의 유럽 이야기>의 문체가 더 가벼워서 쉽고 재미있다. 

책으로 출판하면서 격식을 차리고 조금 힘이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대략 500 페이지 정도 되는 두꺼운 책이다. 하지만 핵심 키워드 몇 개만 머릿속에 넣고 살펴본다면 쉽게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키워드 : 로마, 중세, 근대, 프리메이슨, 그리고 인간!

 

로마

 

가까운 나라끼리는 대부분 사이가 나쁘다. 인접한 나라끼리 서로 전쟁을 한 역사가 있고, 이에 대한 감정이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과 동아시아는 그 강도가 차이가 난다. 유럽이 티격태격이라면 동아시아는 으르렁이다. 

유럽 연합과 같이 단일 화폐를 쓰면서 공동체를 형성한는 것, 그리고 종국에는 유럽처럼 서로 군사력을 줄여서 평화를 모색한다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유럽의 서양인들이라고 더 이타적이며 온화한 성품을 타고난 것이 아닐 텐데 왜 이럴까?

저자는 그 답을 말한다. 로마. 

 

 서양(유럽)에는 로마가 있었고 동양(중국)에는 비슷한 시기 진나라 한나라가 있었다. 

 

정치체계와 일처리의 합리성, 제국을 건설하며 다른 민족들을 흡수해 로마 제국의 시민으로 만들어 내는 포용력, 도로, 우편, 상하수도의 도시 인프라 구축 등을 이룩했던 게 로마 제국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반도에서 벗어나 아직 문명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낙후된 서유럽(프랑스, 독일, 영국 지역)을 접수(침공?)해 문명화시킨 공로가 있다. 지중해를 둘러싼 모든 지역, 유럽 대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땅을 경영하며 그 수많은 민족을 제국의 이름으로 융화시켜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워 낸 것이 바로 로마다. 

이는 고대 중국이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고 다른 민족을 오랑캐라 업신여긴 것, 꽉 막힌 중화사상으로 일관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유럽인(서양인)들에게는 로마는 과거의 영광이자 언젠가 다시 추구해야 할 영원한 이상향이다고, 더불어 우리에게 고대 중국 한나라가 마음의 고향이 아닌 이유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파토의 유럽 이야기> 중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고조선이나 고구려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고조선은 신화적 요소가 많은 것에 비해 로마는 훨씬 더 큰 현실적 무게로 유럽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현대 서구 문명의 바탕을 이루는 두 기둥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라고 한다. 그리스 문명과 기독교다. 로마이 이 둘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전 유럽에 확산, 뿌리내리게 한 커다란 업적이 있다. 그래서 서양의 역사를 알려면 반드시 로마를 그 중심에 두어야 한다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로마의 기독교 공인, 니케아 공의회를 통해 기독교 분파의 통합과 교리 확립(대표적으로 삼위일체)을 이루어 이후 기독교의 발흥에 공헌한 업적으로 그는 대제의 칭호를 얻는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명하다.

로마가 그리스 문명의 영향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는 얘기.

 

하지만 저자는 책에서 로마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그리 많은 쪽수를 할당하지는 않는다. 세세한 연도나 역사적 사건을 열거하지 않는다. 대신 과거 그 옛날, 우리가 고대로 부르는 그 시절 로마인들이 성취한 합리성과 포용력,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인간 그 자체로서 당당히 서려는 자신감 등을 얘기한다. 

 

이는 로마가 멸망하고 시작되는 중세 사회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와의 대조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들의 흔한 인식대로 역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절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 급격한 퇴보 경험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중세의 여러 사건들 - 로마와 너무나도 대비되는 - 을 통해 문명의 추락이 인간에 대해 가지는 의의를 다음번에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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