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복싱의 단점

vainmus 2019. 4.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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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에는 단점이 있다.

 

 


우선 이 글을 쓰는 내 복싱 경험(경력이 아니다, 경력은 직업 선수나 쓰는 것이다)을 미리 알려야 할 듯 싶다. 

하나도 모르고서 그냥 되는 대로 글을 싸지르는 인터넷 떠벌이는 아님을 밝히기 위해서.


나는 복싱 체육관 다닌지 대략 8~9년 되어 간다.

운동삼아 살도 빼고 똥배도 없애고, 또 뭔가 축 쳐진 몸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시작했다. 대략 3개월 만하고 그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까지 오래 다니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그동안 생활체육대회에서 우승도 하고 프로 라이센스도 땄다.

 

 

총 4번을 우승했고 프로 테스트 합격증과 포즈잡고 찍은 사진도 있지만 나머지 트로피 2개와 합격증, 사진은 다른 우승자, 합격자의 것들과 함께 현재 체육관에 영구히 보존 중... 아마 우리 체육관 다니시는 분들은 기억은 못해도 한번 보시기는 했을 듯..


아무튼...

그래도 일반인 치고는 나름 복싱을 남들보다 오래, 그리고 나름 진지하게 했던 사람으로서 복싱의 단점에 대해 한번 말해보려고 한다.

 

 

 

 



1. 안면 타격

"실전성 따윈 개나 줘 버려!"


안면 타격이 허용되기에 실전성을 가지지만 대부분 운동 삼아 다니는 체육관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서로 재미로 스파링을 한다 쳐도 괜히 마음만 상하게 되기 일쑤고... 그래도 마음만 상하면 그게 어디인가. 때로는 머리도 상한다. 이상하게도 스파링을 하고 나면 그 다다음날까지 머리가 띵하고 뭔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느낌을 받곤 했다. 어떤 글을 읽으려 해도 독해력이 저하된 그런 느낌과 더불어.

 

내가 맞아도 머리가 아파서 문제, 상대방이 내 주먹에 맞아도 그 어색함과 뻘줌함이 문제...

다시 말해서 스파링을 온전히 마음껏 할 수가 없다는 거다. 

 

 

 



매일 똑같이 같은 주먹 내지르는 걸 연습만 하면 재미가 없다. 게임처럼 서로 링에 올라가 주먹질을 하고 싶지만 나나 상대나 맞으면 너무 아프고 타격이 크므로 자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따지면 복싱의 가장 핵심이고도 흥미 있는 부분인 스파링을 빼먹게 되니... 이거 원...

그래서 요즘엔 차라리 처음에 레슬링이나 씨름 같은 운동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최선을 다해 겨루기를 하면서도 서로 간에 타격을 주진 않으니 말이다.
내 생각에 레슬링, 주짓수, 씨름 같은 그래플링의 매력은 바로 재미와 실력 향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장점을 복싱이 쉽고 온전히 가질 수 없어 안타깝다.

 

서로 때리고 맞는 타격기 말로 이렇게 힘과 기술로서 겨루는 씨름 같은 운동을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재미도 있고 생활체육으로써도 참 좋을 것 같은데 마땅히 배울 곳도 없고 별 저변도 없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다. 



2. 좌우 비대칭

기본적으로 왼손 오른손 위치가 다르고 뻗는 방법도 차이가 난다. 또 이런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다리 모양도 그에 맞춰야 한다. 자연히 골반도 한쪽으로 틀어지기 쉽고 허리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당연하다. 펀치는 그냥 팔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다리를 통해 몸통을 힘차게 트는 힘으로 치는 것이기에. 계속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틀면 결코 몸에 좋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복싱을 오랫동안 한 사람들을 자세히 보게 되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거울을 보고 똑바로 섰을 때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르다.

그리고 양 발을 각각 45도로 하고 쭈그리고 앉았을 때 거울 정면에 비친 양쪽 엉덩이의 높이를 보면 차이가 난다.

모두 신체가 한쪽으로 틀어져 불균형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해도 당장은 큰 무리가 없긴 하지만 교정을 해야 몸에 좋은 건 상식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마친 후에 그때그때 정자세 케틀벨 스윙과 한 다리 스콰트(피스톨 스콰트), 그리고 사이드 레그 레이즈를 해서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는 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본다.

엉덩이 근육이 제대로 단련되면 골반 틀어짐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중둔근을 단련할 수 있는 사이드 레그 레이즈. 골반 틀어진 걸 잡아줄 수 있다. 현재 3S짐을 운영하시는 최민석 관장님께 배운 운동.
엉덩이 근육 전반과 다리 뒷근육(햄스트링) 강화 운동. 케틀벨 스윙. 생각보다 악력이 많이 필요하다. 다리보다 전완근이 먼저 털릴 수 있다. 
한다리 스콰트. 마치 한다리를 쭉 펴 올린게 권총 모양 같다고 해서 피스톨 스콰트라고도 불린다. 한쪽으로 틀어져 불균형한 골반을 바로잡는데 큰 효과가 있다. 이건 딴지일보 맛스타 드림님께서 기고한 글에서 보고 따라해봤는데 효과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강추하지만 무릎이 안좋거나 근력이 약한 경우엔 무리해서 시도하면 안된다.

 


실제로 나도 허리가 아픈 적이 몇 번 있었고 주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건강을 위해, 멋진 몸을 위해 땀을 흘리는데 어째 점점 더 통증이 심해지는 그런 더러운 느낌...
물론 적당히 알맞게 하고 마무리로 스트레칭 잘해주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말이 적당히 알맞게지 열심히 하는 거와 대충 하는 거 사이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곤하고 밤도 늦고 한데 꼬박꼬박 마무리 운동해주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특이하게도 좌우 양쪽을 고르게 쓰는 복싱 스타일도 있다. 바로 그 유명한 핵주먹 마이클 타이슨의 피커부 복싱 스타일이다. 물론 완벽하게 대칭적이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정석으로 여겨지는 복싱에 비해 그렇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걸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 워낙 타이슨에게 특화된 복싱 기술이라서.)

 


3. 고개를 수그린 크라우칭 자세

우리나라 예전 복싱 포스터를 보면 턱을 숙이고 두 눈은 상대방을 노려볼 듯 한 기세로 치켜뜬 포즈를 기억하실 거다. 단순히 무서운 표정으로 위압을 주려는 게 아니다. 최대한 턱을 가슴에 붙여야 상대방 주먹에 가격 당하는 부위가 줄어들기에 취하는 복싱의 기본자세, 바로 이 자세로 사진을 찍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턱만 가슴에 붙인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등 상부도 앞쪽으로 둥글게 말아야 한다. 즉 최대한 수그린 자세다. 이런 자세를 해야 좀처럼 타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고개를 잔뜩 움츠리고 있는 복싱의 기본 자세. 사진 속 복서의 턱을 때일 수 있겠는가?


가슴을 활짝 펴고 턱을 들고 먼 산을 보는 사람, 그리고 등을 둥글게 말아 앞으로 수그리고 턱을 가슴에 붙인 사람. 둘 중 누구를 더 때리기 쉬운지 머릿속에 그려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어느 자세가 건강에 더 좋아 보이는 지도...

문제는 복싱에서 이 자세를 계속 유지하게끔 훈련을 시키고 또 강요받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반인이니 절대 해야만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복싱 체육관이다. 일반 헬스클럽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나?
헬스보다 뭔가 더 경쾌해 보이는 그런 것을 보고 복싱장 다니는 거 아닌가?
혼자 거울 보며 쉐도우 복싱하고, 또 글러브 끼고 샌드백 때리는 게 신나지만 링에 올라 상대와 맞붙는 스파링과는 비교할 수 없다.
쉐도우 복싱과 샌드백이 일반 커피라면 스파링은 T.O.P다.
그런데 스파링에서 얼굴, 턱을 맞고 쓰러지지 않으려면 충분히 연습하고 몸에 익혀야 하는 자세가 바로 크라우칭이다.
안 하자니 스파링 할 때 얻어터지고,
하자니 자꾸 몸이 굽는 느낌이고,
그렇다고 스파링을 안 하면 재미가 반감되고...
딜레마다.

 

 

 

 

그래도 극복 방법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운동 끝나고 반드시 1분 정도 만세 자세를 유지하는 거다. 힘들어도 가슴을 쫙 핀 상태로. 

분명 이를 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를 느낄 수 있으리라.


4. 특별히 근육이 붙질 않는다

대부분의 체육관이 가장 붐비는 시기는 바로 1월 초, 그리고 여름 직전이다.
1월에는 새해 계획을 세우고 달라진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다. 물론 대부분이 작심삼일로 끝날지라도.
여름 직전은 다들 말 안 해도 아실 거다.
여름. 휴가. 피서. 바닷가 해변. 수영장.
아니 꼭 수영장에서 노출할 일이 없어도 얇고 짧은 옷으로 몸매 노출이 극대화되는 계절이니...

 

몸에 지방만 걷어내고픈 여자들에게 복싱은 정말 매력이 있다. 정말 살은 잘 빠진다.
하지만 근육 좀 붙여 넓은 어깨를 만들고 싶은 남자들에겐...?

 

이렇게 힘들게 운동하는 것도 다 근육 좀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용쓰는 거다.

 

 

일단 복싱은 오래 해도 몸에 근육이 붙질 않는다.

(물론 펀치력은 엄청 세진다)
근육을 만들려면 따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귀찮고 힘들다.

(희한하건 온몸에 근육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강력한 펀치를 휘두르는 건 아니라는 사실. 실은 몸에 근육이 많으면 링에 올라서 스파링 할 때 숨이 많이 차오른다. 예전에 쓸데없이 몸 좀 키워보겠다고 체중 불린 다음에 링에 올라갔다 피 봤다. 내 생생한 경험이다.)

 

물론 그냥 날씬한 몸을 원하는 사람에겐 이보다 좋은 운동이 없겠지만 말이다.
똑같은 투기 운동이라도 유도가와 복서의 몸을 보면 대충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

 

노력 같은 정신적 작용도 일종의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한다. 

힘들여 줄넘기하고 샌드백 치고 해서 방전된 상태에서 근비대를 위해 바벨과 덤벨을 든다?

불가능 까진 아니라도 꾸준히 오랜 시간을 그렇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

하나를 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조금 아쉽지만...

 


대표적인 단점 4개를 써봤다. 

혹 운동 삼아서 복싱을 해보려는 분들이 대뜸 걱정부터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절대 걱정할 필요 없다. 

진짜 잘해보고 싶어서 되지도 않는 욕심부려 몸을 혹사시키지 않는 이상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단점들이다. 

쓰다 보니 좀 과장한 느낌도 없지 않고...

설사 단점이 있다 쳐도 이를 상쇄할 만한 장점 또한 엄청나니 기회가 되면 한번 집 근처 복싱 체육관의 문을 두드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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