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 운동

복싱, 혼자서 독학 가능한가? 2

vainmus 2019. 5.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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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복싱, 혼자서 독학 가능한가? 1 에서는 복싱은 독학 불가능하다고 했다. 

지난번 글을 요약하자면 거리감각, 주먹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때문에 안된다고 했다.

 

지난번 글을 복습삼아 한번 정리해본다. 

 

 ▶ 거리감각

 

상대방이랑 서로 정면을 보고 마주서면 왠지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지만 옆의 거울을 보면 주먹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다. 나와 상대방과의 거리감각을 다른 말로 간합이라고 한다. 다른 무술은 모르겠지만 복싱의 경우, 그것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상대방과 붙어야 된다는 얘기. 스파링을 하면서 조금씩 거리감각을 익히게 된다. 

 

 ▶ 주먹에 대한 두려움

 

복싱선수는 주먹을 맞을 때도 눈을 뜬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선수니까 가능한 얘기다. 복싱으로 자기 밥을 벌어먹고 또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프로들 말이다. 일반인 기준으로 이렇게 까지 하면 좋지만 꼭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주먹질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눈을 질끔 감고 몸을 뒤로 하거나 웅크린다. 한마디로 쳐맞기 딱 좋은 자세다.

주먹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건 프로 선수처럼 하라는 것이 아닌 어느 정도 맞더라도 복싱의 기본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두 팔을 모아 몸통을 방어하고 주먹을 얼굴 관자놀이 부근까지 올려 안면을 보호하는 가드 자세. 이것을 유지하라는 얘기. 아예 안 맞을 수는 없겠지만 치명적인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니까.

 

 ▶ 침착함

 

전에도 말했듯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착하고도 어진 마음, 고매한 인격 이런 것이 절대 아니다. 내가 초반에 심하게 때려봤자 상대방의 가드가 견고하면 말짱 꽝이다. 흥분하지 말고 내 체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조절해야 한다. 힘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 역시 스파링을 통해 체득 가능하다. 혼자 흥분해 미친듯이 펀치를 쏟아내다가 정작 후반부에가서 체력이 방전되어 얻어맞는 그 참혹함을 경험해 봐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침착함을 배우게 된다. 

 

전편에서는 복싱을 혼자서 독학으로 배울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3가지 들었다. 

 

그런데 이걸 바꿔보면 이렇게 된다. 

어느정도 거리감각 익히고 상대방 주먹이 조금 익숙해지면, 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충분히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게 바로 복싱이다.

 

물론 직업 선수가 아닌, 생활체육복싱대회나 프로 테스트를 준비하는 일반인 기준이다.

 

이는 복싱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인데 앞으로 이해를 쉽게 하기위해서 그래플링 계열 종목과 비교해 설명해본다. 

 

 ▶ 복싱은 타격계 스포츠

 

복싱은 타격계 스포츠다. 타격이라 함은 내 주먹으로 상대방을 가격한다는 거니까 주먹이 뻗어나갈 만큼의 거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둘 사이에 공간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과 몸이 서로 맞붙지 않고 원거리에서 공격을 주고 받는다.

(여기서 원거리는 주먹을 뻗어 닿을까 말까한 거리로, 근거리는 몸과 몸이 서로 엉켜있는 거리로 정의한다)

 

상대와 몸이 맞붙어 있지 않다. 유도나 씨름 같은 그래플링 종목같이 사람을 붙잡아 넘어뜨릴 일이 없다. 그러므로 복싱은 상대방의 체중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오직 내 체중의 이동만 신경쓰면 된다(서로 엉겨붙어 있는 클린치 상태는 제외하고).

 

 ▶ 체중의 이동이란 무엇인가? 

 

어디 달려가거나 장소를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내 벌린 두 발 간격 사이에서 체중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복싱에서 파워있는 펀치로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해서는 나의 체중을 이동이켜야 한다. 복싱 자체가 체급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게, 또 체급은 신장이나 팔길이 같은 특성을 싹 다 무시하고 오로지 체중, 즉 얼마나 무겁냐로만 따진다는 것이 이를 잘 나타낸다. '주먹에 체중을 실어야 돼'란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다.

 

서로 원거리에서 주먹을 주고 받는 복싱. 상대방과 몸과 몸이 엉켜부티 않으므로 오로지 나의 체중이동만 신경쓰면 된다.

 

하지만 유도나 씨름은 다르다. 상대방의 체중을 이용해야 한다. 서로 같은 체급의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한 사람이 자세를 잡고 묵직하니 서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이를 넘어뜨리기는 쉽지 않다. 근력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은 이상. 하지만 체중이 비슷하니 힘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인데, 이 기술이 바로 상대방의 체중을 이용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힘껏 뒤로 밀면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체중이 앞으로 쏠린다. 뒤로 넘어지지 않기 위한 아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상대가 앞으로 체중을 옮기려는 그 짧은 순간을 포착해 엎어치기를 한다. 나의 힘을 조금 들여서 성공할 수 있다. 상대방의 체중을 이용하기에.

 

이건 정말 많은 스파링(자유대련)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내 체중 움직이는 것도 어려운데 상대방 체중 이동까지 잡아내려면 얼마나 많은 경험이 필요하겠는가? 같이 할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체력단련 외에 기술 적인 측면에서는 유도나 씨름 같은 그래플링 종목은 독학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있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하지만 복싱은 다르다. 전에 말했듯이 오로지 나의 체중이동만 신경쓰면 된다. 상대방의 체중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원거리에서 타격을 하는 것이지 서로 붙잡고 땅바닥에 내리 꽃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독학을 하나?

 

어떤 운동이 복싱에 도움이 되나요?, 예전에 다니던 체육관 관장님한테 물은 적이 있다. 관장님의 자세한 약력은 생략하고 실력이 굉장히 좋았다는 것만 밝힌다. 

관장님 말에 의하면 딱 2~3개만 하면 된다고 했다.

 

 1  쉐도우복싱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냥 겉멋들려 폼 잡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복싱은 막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에 맞춰 펀치를 내지른다. 이런 방식이 처음에는 굉장히 익숙하지 않고 부자연스럽다. 내 최대 파워를 뿜어낼 수 있지도 않고. 하지만 복싱에서 중요한 건 최대 파워가 아닌 스피드와 체력 안배, 그리고 혹시라도 상대방의 주먹이 내 품을 파고들지 못하도록 하는 견고한 방어자세다. 어쩌면 이런 것들을 위해 강력한 한방 펀치를 버린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자세를 내 몸에 체득시켜야 하닌 쉐도우복싱은 정말 필수다. 

거기다 쉐도우복싱을 하면서 체중이동을 연습할 수 있다. 그냥 팔만 쭉쭉 뻗는 것이 아닌 다리를 통해 허리(코어)를 비튼다(이때 체중이동이 일어남). 이렇게 하는 동시에 어깨에 힘을 빼게되면 팔은 그냥 몸통에 매달린 채찍처럼 작용한다. 팔에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힘을 주면 오히려 타격력이 약해진다)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찰싹~'하고. 

근데 이게 말은 쉽지 실제 스파링에서는 잘 되질 않는다. 긴장해서 다리와 몸통은 굳어버리고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간다.다리와 몸통이 굳는 다는 건 온몸의 힘, 그러니까 체중을 이용하지 못하는 거다. 그리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는 건 다리와 몸통 힘(체중)이 팔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말 부지런히 몸에 배이게 쉐도우 복싱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쉐도우복싱혼자서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그만큼 복싱 기량이 일취월장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건 헤비백도 필요 없다. 층간소음 걱정만 없다면 집에서 혼자 해도 된다. 

 

 2  헤비백 때리기

 

관장님은 줄넘기와 달리기를 굉장히 잘 하셨다. 그런데 이런거 다 필요없다고 하셨다. 아무리 운동 많이 하고 체력 좋다고 떠벌리는 놈들도 다 링에 올라가 스파링하면 치친다고. 실전 체력을 위해(복싱 한정) 필요한 단 하나는 바로 헤비백 때리기면 된다고. 

심지어 로드웍 무용론(까지는 아니고 회의론)을 주장하셨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그냥 지칠때까지 이를 악물고 헤비백을 쳐야 한다고 하셨다. 본인은 선수시절 울면서 이 짓을 했다고 말하며. 

(왜 울었냐고 여쭤봤더니 너무 힘들게 운동하는 내 자신이 서러워 보여서였다나...)

무조건 헤비백 빡세게 많이 때리는 놈이 이긴다고 주장하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말도 기억난다. 담배펴도 돼. 헤배백만 때리면.

 

딴지일보 스포츠 강사로 유명한 맛스타드림님의 글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컨디셔닝 체력

스트렝스와 근력, 파워와 순발력, 엔듀어런스와 지구력 같이 정확한 우리말로 번역이 안되는 용어인데 맛스타드림님은 그냥 개빡센 유산소운동으로 정의하셨다. 

오랫동안 달리거나 하는 것이 아닌 5분 10분 정도 상대방과 겨룰 때 쓰는 체력.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고 근육은 실패지점을 겪어 지치고 또 고통스럽고...

 

보다 정확한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각 스포츠 종목에 딱 맞아떨어지는 체력이란 거다. 

(컨디션이란게 조건, 상황이란 뜻이지 않은가)

같은 투기 종목이라도 태권도와 복싱은 다르다. 아무리 체력 좋은 태권도 선수라도 복싱 스파링을 한다면 금방 지친다. 반대도 마찬가지고. 

서로 맞이하는 상황과 조건이 다른고 그에 따라 쓰는 근육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같은 일반적으로 모든 스포츠에 도움되는 근력 체력 운동도 해야 하지만 각 종목에 맞는 체력 훈련을 따로 열심히 해줘야 실전에서 빛을 발한다. 

복싱에 가장 근접한 체력 운동이 바로 헤비백 트레이닝이다. 

이것도 역시 혼자 하는 운동이다. 

 

복싱 체육관을 다녀 보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저학년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들 여러명이 몰려와서 자기네들 끼리 링에 올라 장난처럼 스파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 실력을 길러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물론 안하는 것 보다 훨씬 도움이 되지만).

 

이런 애들보다 헤배백만 정말 성실하게 트레이닝 한 사람이 더 발전 가능성이 있다. 

비록 처음 백만 때리다 링에 처음 올라가면 당황하고 움찔하겠지만 이 모든 게 익숙해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 다움부터는 헤비백으로 키운 체력이 제대로 드러나며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정리하자면 헤비백 트레이닝이 정말 중요하다. 중요한 정도가 아닌 쉐도우 복싱과 함께 복싱의 양대 핵심이다. 그리고 역시 혼자하느 운동. 이것도 어느정도 여견이 되면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할 수도 있겠다(우리나라 형편상 일반 가정집에서는 좀 무리겠지만).

 

 3  주먹 달리기

 

복싱 트레이닝 양대 산맥인 쉐도우복싱과 헤비백 트레이닝에서는 빠졌지만 굉장히 중요하고 또 도움이 되는 운동이라고 관장님이 말씀하셨다. 

 

일단 방법부터 설명한다. 

 

양손에 1kg아령을 각각 든다.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핑크색 아령. 

이걸 들고 주먹을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내지르면서 제자리를 달리는 거다. 

3분 하고 1분 쉬고 3분 하고 1분 쉬고. 

체력에 맞춰서 맨주먹으로도 가능.

 

1kg라고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친다. 

엄청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이다. 

관장님 말씀으론 이게 너무 힘드록 하기 싫어 복싱 때려치우려고 했다고.

그런데 실전에서 펀치 내지르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

나중에 보니 국가대표건 무슨 실업팀 선수건 죄다 이 훈련을 하고 있더라나...

예전에 나도 생활체육대회 앞두고 처음으로 해봤는데 진짜 죽을 맛이었다.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아 3분에서 1분 줄여 2분으로 하고 나머지는 아령 없이 맨주먹으로 했다. 그런데도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죽을 거 같이 힘들었다. 

 

만약 복싱은 하고 싶고 당장 여건이 안된다면, 그리고 집에 헤비백도 없도 쉐도우 복싱도 잘 모른다 하면 난 이운동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1kg 아령만 있으면 된다. 값도 싸고. 물론 맨주먹으로 해도 효과는 있다. 스파링 할 때 어깨가 먼저 지쳐서 상대방 앞에 두고 주먹을 내지르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총정리

 

내가 기억하는 관장님 말씀을 정리하며 이렇다.

부지런히 쉐도우복싱해서 자세 만들어. 그리고 헤비백 치면서 체력 키워.

나는 물어봤다. 그럼 나머지 복싱 운동은 다 뭐냐고.

관장님을 말씀하셨다. 

다 겉멋든 지랄이여!

 

슬램덩크의 신입생 강백호가 아무런 기술도 없으면서 다른 1학년과 선배들을 제치고 농구부 주전에 뽑힐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체력이다. 이 세가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면 동네 복싱 체육관에서 충분히 강백호가 될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서태웅이나 윤대협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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