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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 (4)

vainmus 2020. 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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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 (4)

 

먹거리 & 식당

 

전편에서도 설명했지만 괌은 Tumon 지역에 대부분의 호텔과 상가, 식당이 몰려있다. 

여행 경험이 있어서 차를 렌트해서 구석구석 둘러보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Tumon 지역에서 한가로이 머물게 된다.

 

예쁜 에메랄드 빛 얕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펼쳐진 투몬 베이. 

해변에 길게 늘어선 호텔(노란색 표시). 

호텔에 묵는 여행객들의 지갑을 노리는 각종 쇼핑몰, 상가, 그리고 식당들(빨간색)

 

 

늦잠을 잤다. 

내가 묵고 있는 Reef 호텔의 조식을 놓치고 말았다. 

평소 아침을 안 먹는 편이지만 조금씩 여행 경험이 쌓여가면서 이상하게도 호텔 조식에 마음이 기우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뽕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발현인가?

 

호텔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식당 밀집 지역.

<서울식당>이라고 당당히 한글로 쓰여 있다. 

대놓고 한식집이라고 어필하고 있는 셈. 

11시 30분이었는데 식당문은 닫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쪽으로 걸어가서 식당을 찾아봤다.

 

겨울밤에 이불속에 누워 만화책 보며 귤 까먹다가 컵라면 먹고 싶어 수면바지 차림으로 동네 편의점 나가는, 딱 그 정도 거리보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괜찮아 보이는 식당을 발견해서 들어갔다. 

 

Little Pika's

 

 

 

햄버거 같은 빵 종류가 많았는데 쌀로 된 밥으로 된 음식도 있었다.

밀가루보다 쌀이 속이 편한 나는 밥으로 메뉴를 선택했다. 

 

 

Little Pika's의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얼굴이 굉장히 밝았다.

타고난 낙천적임을 뭔지 알거 같았다.

우리나라처럼 환경이 빠듯하고 먹고살기 힘든 나라에서는 나올 수 없는 얼굴 표정들이었다. 

미국 힙합식으로 손님들과 주먹을 맞부딪히는 인사를 하며 격의 없이 대하는 그들의 태도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달라 인상적이었다. 

 

 

 

커피나 맥주 같은 것도 있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깔끔하게 물로 주문했다.

거기다 돈도 안 드니 더 좋다. 

 

로코모코(Locomoco)

합박 스테이크에 치즈 크림소스를 얹은 거라고나 할까?

치즈 크림소스가 고소했고 맛이 좋았다.

나중에 다시 와도 이걸 주문해서 먹을 것 같다.

미리 말하겠지만 여기서 시켜먹은 로코모코가 내가 괌에서 맛본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모든 음식들은 별로였다는 얘기다. 

 

햄버거, 샌드위치 비슷한데 우리나라 편의점 햄버거, 샌드위치가 훨씬 먹을 만하다. 

 

 

로코모코 딱 하나 먹을만 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이 넘게 깨져버렸다. 

 

 

 

낮이 아니라 밤에 돌아다니다 찍어본 Little Pika's

장사가 잘 되는지 사람이 항상 붐빈다.

전부다 한국인들이다.

 

 

 

서울식당

 

저녁에는 서울식당으로 향했다.

느끼한 현지 음식에 살짝 질려서 한식을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형 태극무늬를 식당 간판과 유리문에 새겨놨다.

단순히 눈에 잘 띄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애국심 자극인가?

그런데 맥주는 아사히다!

 

 

 

부탄 가스와 불판이 있다. 

이거 진짜 한국이다.

 

사진은 사람이 없게 나왔는데 실제론 모든 자리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사진 오른쪽에서 단체 회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괌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다.

어른들은 한국인이었는데 2세들 중 일부가 괌 주민과의 혼혈로 보였다. 

 

90년대 한국을 보는 것 같았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시끄러웠다.

요즘 한국에서 이렇게 시끄럽고 주위 사람들한테 불쾌감을 주면 욕먹는다.

고기를 굽는데 연기가 자욱했다. 

미세먼지 가득한 서울을 보는 듯했다.

 

한적하고 여유롭고 청명한 괌의 공기를 만끽하다가 바보처럼 제 발로 헬조선으로 기어들어온 셈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음식을 주문했은데...

 

찌개와 비빔밥을 시켰다.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그보다 수도권 지하철 역 골목길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그 맛과 놀랍도록 똑같아서 감탄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맛이 특출나서가 아니라 똑같아서 놀란 거다. 

 

 

 

이 서울식당은 2019년 괌에서 90년대 작은 한국을 제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희한한 게 식당 종업원인 괌 주민들도 철저하게 헬조선화 되어 있다는 거다.

다른 식당이나 상점에서 근무하는 현지인 직원들은 밝고 여유 넘치고 쾌활했는데 여기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적은 임금을 받으며 24시간 식당일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가장 손님이 몰리는 피크시간에 볼 수 있는 피곤에 지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바쁜지 빨리빨리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들 현지인 여성 종업원의 표정에 역력히 드러났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걸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식 마인드로 중무장한 식당 주인이라도 유념해야 할 게 있다. 

괌은 미국 땅이라는 사실이다.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괌에서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일반 법칙, 상식들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게 한국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 같은 밑반찬은 따로 돈을 내야만 한다. 

김치, 한국인을 상징하는, 한국 식당에서 공짜로 추가해 먹을 수 있는 김치. 

이 김치를 미국식에 따라 돈을 더 받고 주문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

참으로 서로 이질적인 한국식, 미국식 문화의 절묘한 상호 융합을 통해 머나먼 타국 땅에서 이익을 극대화해나가는 우리나라 교포들의 억척스러운 삶의 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결론을 내자면... 

글쎄... 

꼭 다시 가야 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물론 미치듯이 한국이 그립다면 몰라도. 

 

 

 

 

편의점, 마트

 

괌에서 제일 많이 먹었던 건 식당 음식이 아닌 컵라면과 햇반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괌에서는 음식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도 그런 것 같다. 

마트에는 온갖 즉석식품들이 즐비했다.

과일과 샌드위치, 초밥도 있었고 술도 다양하게 있었다. 

괜히 비싸게 돈 주고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느니 어쩌면 마트에서 사서 호텔 방에서 먹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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