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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 (5)

vainmus 2020. 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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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 (5)

 

3박 4일 중 하루 반나절은 시간을 내어서 괌 여행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었다. 

내 멋대로 다니고 패키지나 가이드를 통해서 정해진 코스를 방문하는 식의 여행을 싫어했지만, 워낙 괌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또 호텔 주변만 돌아다니기는 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다시 괌에 오게 될 때는 기필코 자동차 렌트를 해서 정해진 목적지 없이 그냥 아무 데나 운전하고 다니리라 다짐을 했다. 

 

 

관광 가이드는 대략 90년대 말쯤에 이민을 오신 한국인 아저씨였다. 

수많은 한국 손님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괌에 대한 이모저모를 막힘없이 줄줄 설명해주셨는데, 솔직히 이런 식의 초중고 현장학습식의 여행은 별로라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사진 속 커다란 회색 건물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교복과는 사뭇 달랐다.

그냥 수수한 흰색 상의와 무릎 한참 아래 종아리까지 오는 헐렁한 교복치마였는데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우리나라 교복이 예쁘고 세련됐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교복은 교복다워야 하나보다.

몸에 착 달라붙는 세련됨이냐, 그냥 펑퍼짐한 편안함이냐.

개인적으론 편한게 최고라고 본다.

 

아무튼 나는 가이드의 정성 어린 괌의 역사 유적에 대한 설명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엉뚱한 데 초점을 맞추었다.

 

 

사진에 나와있는 것 보다 사람들은 더 많았다.

하지만 워낙 넓은 장소라 그런지 번잡스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사람들 다 거의 다 한국인이다.

 

별 의미 없지만 마음이 끌렸던 장소, 하나.

너른 잔디밭, 우뚝 솟아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의 그늘. 

솔솔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우중충한 구름 낀 날씨와 중국발 미세먼지 콜라보로 우울했던 대한민국 하늘에서 벗어나 자유와 한가로움을 만끽하며 그냥 앉거나 누워서 멍하니 맑고 푸르른 괌의 하늘을 한참이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이드가 다른 곳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기 때문에.

별 의미 없지만 마음이 끌렸던 장소, 둘. 

후미진 건물 뒷편이라 사람들도 없었다. 

뭔가 나만의 비밀스런 공간을 갖고 싶다는 심리가 강한 걸까?

왜 이런 곳에 끌리는 걸까?

 

 

 

 

 

 

 

 

에메랄드 밸리

 

가이드가 안내해준 곳은 에메랄드 밸리라 불릭는 곳이었다. 

물이 정말 맑고 에메랄드 빛으로 예쁘게 빛났다.

 

 

희한한 게 여기도 전부다 한국사람뿐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냥 경상도 어느 관광지로 여겨질 것 같다.

경상도 말씨가 많이 들렸다. 

 

바다물이 계속 밀려들고 있었다.

투몬 해변도 그렇지만 수심이 깊으면 어두운 파란색이고 얕으면 환한 에메랄드 색이 난다.

 

이게 다 한국인들이다.

서양이나 현지인들 같으면 물에 들어가고 할 텐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쁘게 차려입고 사진 찍기 바쁘다.

 

 

 

 

 

 

여긴 어딘지 모르겠다. 

무슨 맥락으로 왔는지, 어떤 역사가 있는지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에 없다.

가이드가 은근슬쩍 어떤 특산물인가 기념품을 사도 좋다는(?) 영업성 멘트를 했는데 나는 그냥 무시해버렸다.

 

괌의 고지대로 올라갔다.

시간이 흘러 해는 막무가내로 내리쬐지 않았다.

조금 그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이드께서 아주 좋은 장소가 있다고 했다.

사진찍기 좋은 나무.

한국인들 인스타 감성을 포착해내어 관광 업무에 접목시키는 그의 재빠른 영업 센스는 본받을 만했다.

어찌어찌 여행으로 먹고사는 동생이 모델이 되어 한 컷. 

동생 혼자 한가득 옷을 싸가지고 와서 치렁치렁하게 걸치고 다닌 소득이 바로 이 한장의 사진에서 나타나고 있다.

딸이 있는 집 엄마들은 여행 전문가가 된다고 했다.

덕분에 엄마도 괌에 와서 동생이랑 사이좋게 투 컷. 

 

 

 

 

 

 

괌 현지 주민들이 사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처음 마젤란이 상륙을 했다고.

 

가이드가 추천하는 또 다른 사진 명소.

이거 꽤나 기다리다 찍은 사진이다. 

여기도 거의 다 한국 사람들이었는데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리 많지는 않았다.

실제로 보면 그냥 평범하다.

그런데 사진만 찍었다 하면 아무리 못해도 중박 정도는 건지게 되는 마법의 장소다.

이것도 가이드 자신이 발견한 곳이라고 자랑스레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을 상대하다 보니 대한민국 본국 사람들의 감성과 유행을 순발력 있게 포착해야 하나 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이 바로 그거다.

 

사진 속 분위기만 놓고 보면 두 모녀가 평화롭고 한가하게 앉아 바닷가를 보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남들이 사진을 다 찍고 자리가 비기를 기다려 헐레벌떡 달려가 않고 사진 몇 장 찍고 금방 일어나야 했다.

 

현실과 사진(인스타그램)은 다르다.

 

뭔가 분위기 있게 나온 사진.

구름이 해를 가렸다.

하지만 해는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 자신의 존재감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주변에 괌 현지인들이 놀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잘 차려입고 여기저기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현지인들은 그냥 수영복만 입고 물에 뛰어들었다. 

두툼하고 육감적인 몸매에 검은 피부가 참 건강하게 느껴졌고 보기에 참 좋았다.

그들이 부러웠다.

저런 게 진짜 놀 줄 아는 것이다. 

나는 그냥 사진을 찍고 있고 그들은 물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거추장스러운 옷과 신발을 벗어버리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다음에 괌에 올 때는 반드시 수영을 마스터해서 저들의 대열에 합류해보리라, 다짐했다. 

 

 

<개초보 여행기> 괌 2019.12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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