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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돌리다 아줌마한테 성추행 당한 썰

vainmus 2019. 6.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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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 하다 아줌마 한테 성추행 당한 썰

 

   2000년대 중반 8월 한여름. 

군대를 전역하고 바로 다음날, 나는 벼룩시장을 살펴보며 아르바이트를 찾아봤다. 

(당시엔 알바몬 같은 앱이 없었다, 스마트 폰이 없는데 앱이 없는 건 당연했다)

군대에서 처절하게 느낀 -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다는 -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다들 군대 다녀오면 처음엔 부지런해진다. 

문제는 그게 얼마나 오래가느냐 하는 거지만...

 

영업직 같은 건 무리고, 특별한 기술(이를 테면 용접) 같은 것도 나한테는 없고...

제일 만만한 것들이 눈에 띄였는데 그게 바로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붙이는 아르바이트였다. 

일단 전화를 해서 사무실 위치를 물어봤다.  바로 우리집 근처였다.

'잘 됐다' 생각하고 찾아갔다. 

당장 그날 저녁때부터 전단지 돌리는 일이 맡겨졌다.

 

 ▶  전단지 돌리는 일은 내 적성에 맞았다. 

대리점에서 휴대폰 개통 시키는 것 처럼 고객을 설득해 영업하는 것이 아니니 일단 마음은 편했다. 

이 동네 저 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이집 저집 둘러보는 걸 은근 재미있어 하는 나한테는 나름 괜찮은 아르바이트였다. 

거기다 오래 걸어 다니는 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고 수많은 계단 오르내리는 것도 다리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되리라, 이렇게 생각을 했다.  

물론 돈도 벌고.

그런데 어쩌면 더 무게를 두고 중요시 했던 건 따로 있었는지 모른다. 

나도 이제 군대 다녀와서 뭔가 달라지고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그것이다.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 중에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아마도 부업으로 하기에 가장 만만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물론 아저씨도 있고 내 또래 젊은 남자도 있고 학생도 있었다. 

아무튼 난 그렇게 약 1달 정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이 동네 저 동네를 걸으며 전단지를 붙였다. 아줌마들과 함께.

 

 ▶  어느날 점심 때였다. 

한 식당에 들어가서 테이블 2개를 잡고 앉았는데 다 아줌마들이었고 남자는 딱 셋 밖에 없었다. 남자 셋은 이랬다. 아줌마들 또래의 아저씨, 한 아줌마(날 성추행한 그 아줌마)의 서른살 된 아들, 그리고 제일 어렸던 나. 

 

나이가 제일 어리니 '물은 셀프'인 식당에서 물을 떠 날라야 했다. 정수기에서 인원수 만큼 컵에 물을 따라 일일이 테이블로 날랐다. 그 서른 살 형이 도와줬으면 쉽게 끝날 일인데 자기 엄마가 있어 그런지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렇게 물을 테이블에 세팅해 놓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아줌마들이 고맙다고 했다. 그중 내 옆에 앉은 한 아줌마가 갑자기 "아이고 이뻐~ 뭐 먹을래?" 하며 내 안쪽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쓰다듬는게 아닌가! 

 

 

말죽거리 잔혹사(2003)에서 캡처함.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영화다.

 

영화에서 김부선은 권상우의 무릎 바로 위 대퇴사두근을 만지고 있다.

그 아줌마는 이거보다 더 안쪽, 다리 더 깊숙한 곳을 쓰다듬었다. 

의자에 앉는 게 아닌 그냥 양반다리 하고 앉는 식당이었다. 

양반다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안쪽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드러난다.

 

영화 최고의 명대사.

"현수도 하고 싶은 거 해~" 

 

이런 야리꾸리한 분위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 아줌마는 김부선과는 거리가 멀었고 나도 권상우가 아니었기에. 

무엇보다 영화와는 달리 대낮 점심시간에 식당에는 사람들로 북적였으니.

 

 

당혹스러운 그때의 그 감정을 솔직히 말해본다면 이렇다.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허락도 없이 내 몸을 만지는 것 때문이려나?

진하게 칠한 어울리지도 않는 빨간 립스틱을 내 눈앞에 가까이 대며 웃는 그 모습이 정말 싫었다. 역겹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하다.

순간적으로 내 양손의 손가락을 그 아줌마의 입에 쑤셔넣고 있는대로 힘을 주어서 입을 귀까지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당연히 행동에 옮기진 않았다. 

입을 양 옆으로 찢어버리고 싶다는 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서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  물론 그 아줌마는 나에게 아무런 악의나 사심이 없었다. 그냥 아들 또래, 아니 아들보다 어린 남자애가 물을 떠다 주니까 기특하고 귀여워서 그랬을 것이다. 길을 가다가 어린 애기나 꼬마들이 귀여우면 머리 쓰다듬고 손도 한 번 잡아보고 하는 것 처럼.

(참고로 그 아줌마의 아들은 같이 전단지 돌리고 같이 식당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가락 하나 까닥 안 했던 그 서른 살 형이었다)

이건 그냥 사소한 에피소드다. 아줌마가 내 사타구니를 쓰다듬은 것을 난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그런 충동이 솟구쳤다는 거다. 불과 0.5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에. 

 

자동차 엔진이 아무리 힘차게, 빨리 회전해도 기어가 중립 상태가 되면 바퀴는 움직이지 않는다. 엔진과 바퀴의 연결을 중간에서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치솟는 마음 속 충동(내 사타구니를 만진 아줌마의 웃는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이 엔진이고 내 몸은 바퀴였다. 마음과 몸 사이 어디인지 모를 곳에 중립기어가 있어서 나는 움직이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격한 마음만이 계속 고속회전을 하는 채로.

 

 

 

 

 ▶  별 시답지 않은 걸로도 상념에 잠기는 나 답게 그 후로도 이 사건을 두고두고 떠올리곤 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그 때만 해도 젊은 아가씨들이 나이 든 남자(직상 상사나 고객)에게 성추행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자가 정색을 하면 아저씨들이 웃으면서 하는 말이 있는데 모두 다 똑같다.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하나의 클리셰다. 

"다 내 딸 같아서 그러는 거야~"

 

내 사타구니를 만진 그 아줌마도 그랬을까?

바로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아줌마의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무리 막장 아버지라도 자기 딸 앞에서 딸 친구에게 찝적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걸 봐서는 그 아줌마는 정말 아무런 의도가 없이 내가 귀여워보여서 그랬나보다. 

 

 ▶  아무튼 난 이 일을 계기로 다짐을 하나 하게 되었다. 

나이 먹고 절대 어린 여자들한테 추태를 부리면 안되겠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하려는 마음이 아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다. 

별 생각없이 내 허벅지를 만졌던 그 아줌마, 그 아줌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치밀어 오르며 느꼈던 나의 충동, 입술에 손가락을 넣어 있는 힘껏 양 옆으로 찢어버려야 겠다는 그 살의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생겨난 나의 마음이다. 

 

언젠가 나이를 먹어 내가 더 뻔뻔해 졌을 때 그 아줌마처럼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

어떤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가 나를 바로 앞에 두고 아무런 내색도 없이 예전의 나처럼 머릿속으로 생각을 할 것이다. 

'저 재수없는 아저씨의 입술을 칼로 찢어버리고 싶어!'

섬뜩하다. 

 

물리적으로 아무런 타격을 줄 수 없고 별 친분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이라고 해도 '역겹고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대상이 되는 것을 난 결코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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