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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자전거, 유사MTB

vainmus 2019. 4.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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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MTB를 아시나요?

 

일명 철티비라고 불리는 저렴이 자전거.

그냥 대놓고 짝퉁 MTB라고 해도 되겠다. 

일견 보기에는 아무런 장점도 없어 보이는 자전거.

이름이 MTB이지만 산을 타진 못한다. 아니 절대로 타서는 안된다.

안전과 생명을 담보할 수 없기에.

진짜 MTB의 내구성은 기대도 안 한다. 내구성을 포기했으니 가벼운가? 

산악자전거보다야 가벼울지 모르나 그닥 만족스럽지도 않다. 일반 로드 사이클과는 천지차이. 근데 솔직히 비싼 로드 자전거에 비교하기는 뭔가 말이 안 된다.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날렵하고 화사한 색상의 하이브리드 자전거랑 비교가 많이 될 수 있겠다.

내가 비록 유사 MTB를 타지만 솔직히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월씬 이쁘다. 나도 하이브리드를 가지고 싶다. 가벼운 무게, 속도내기에도 용이하고... 

지금까지 쓴 것만 보면 유사 MTB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 그냥 그저 그런 못난이 자전거일 뿐이지만 우리나라 도로 사정에선 이 자전거의 '그저 그런' 못남이 미칠 듯 한 장점으로 변신한다. 

 

나의 애마 철티비. 원본 칼라 사진으로 올리려 했으나 너무 멋대가리가 없어 보여 흑백 처리를 해봤다. 인물 사진도 흑백으로 하면 더 잘생겨 보인다길래... 확실히 칼라 원본 보다 뭔가 있어보인다.

 


 

1. 내구성

 

산을 탈 수 없는 산악자전거.

MTB이지만 MTB가 아닌 자전거.

뭐 이런 사기가 있나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산을 타기 위해 자전거를 사용하진 않는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 자전거란 그저  걷기엔 멀고 그렇다고 차를 타기에도 애매한, 그런 거리를 이동할 때 편리함을 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유의 자동차 친화적이고 자전거에 불친절한 도로 환경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튼튼하고 투박한 자전거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쭉 뻗고 둔턱이 없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고, 인도와 차도 사이를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며 이동해야 하는 우리나라 도시 상황에서 얄팍하고 가벼운 자전거는 버티기 힘들지 모른다.

그렇다고 무거운 오리지널 MTB를 타는 건 담뱃불 붙일 때 라이터 대신 화염방사기를 쓰는 꼴이다. 

이렇게 본다면 유사 MTB야 말로 우리나라 도로 환경에 가장 적합한, 알맞은 정도의 튼튼함을 가진, 아주 딱 어울리는 자전거일 거다. 

 

2. 가성비

 

싸다!

인터넷에서 파는 5만 원대 자전거... 뭐 이런 거랑 비교하면 비싸지만... 그래도 5만 원은 좀 불안하지 않은가.

나는 그래도 유명한 삼천리 자전거를 샀다. 원래 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진 모르겠다.

중고나라서 사은품으로 받은 안장의 비닐 커버도 뜯지 않은 새 자전거를 판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얼른 구매했다.

12만 원에. 

 

 

 

솔직히 사은품으로 나오는 제품은 대부분 품질이 고급스럽거나 하진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산 자전거도 그럴 거다.

그래도 체감하는 만족도는 매우 높다.

전에 인터넷에서 8만 원대의 접이식 자전거를 타봐서 그런가.

아니면 삼천리 자전거라는 메이커 빨로 인한 심리적 착각인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예전 8만 원대 자전거는 기어 변속을 하면 뒷바퀴 톱니에 물려있는 체인이 자주 빠지곤 해서 애를 먹었지만 지금 타는 자전거는 체인 빠짐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

지나친 싸구려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던 불안감이 없어서 참 좋다. 

 

 

 

3.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는 외관

 

이건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지도 모른다. 아니 대부분 예쁘고 화사한 색상의 자전거를 좋아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사람들의 눈에 잘 띄고 도난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대한민국의 희한한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도난 사건은 잘 일어나지 않지만 자전거는 그 반대라고 한다. 자동차 키를 꽂아 놓고 잠시 차를 비우면 외국은 십중팔구 차가 없어지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선 이런 일은 굉장히 드물다. 헌데 자전거는 아니다. 카페에서 자리를 비울 때 노트북 컴퓨터는 가져가지 않아도 주택가에 자물쇠로 채워둔 자전거는 가져가는, 그런 나라.

이러니 투박하고 멋대가리 없고, 저 멀리서 얼핏 봤을 때 싸구려의 아우라를 물씬 풍기는, 그런 자전거가 마음 편할 수밖에...

 


내가 꿈꾸는 생활. 도시의 자전거. 둔턱이 없고 평탄한 도로. 날씨도 온화하고 미세먼지도 없고 주위에서 자동차가 너무 쌩쌩 달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햇볕 좋은 봄날 얇은 반팔 하나 입고 이렇게 자건거 타고 달리면 참 상쾌할 것 같다. 

 

만약 자전거를 처음 사려는 사람, 혹은 초보자가 어떤 종류의 자전거를 사야 하는지를 고민한다면 과감하게 가성비 좋은 유사 MTB를 추천한다. 이렇다 할 장점이 없지만 바꿔 말하면 만큼 무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를 마음먹고 막상 알아보려고만 하면 인터넷을 보며 색깔 이쁘고 날렵해 보이는 자전거에 자꾸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악마의 유혹으로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 

초보자가 처음 살 때는 철티비 만한 게 없다. 

운동하러 동네 헬스장 갈 때, 책 빌리러 어정쩡한 거리에 있는 도서관 갈 때, 아니면 그냥 날씨 좋은 주말에 바람 쐬러 공원 갈 때.. 등등... 몇 번 자전거를 타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물론 자전거 도로가 정말 깨끗하고 편리하게, 그리고 끊어짐 없이 뻗어있는 동네라면 다르겠지만...

 

생 초보는 인터넷보다 매장을 추천드린다. 거기다 이왕이면 이름 좀 있는 걸로...

그래도 어느 정도의 튼튼함과 안정성은 있어야 하기에.

처음으로 산 자전거는 인터넷 지마켓에서 파는 8만 원짜리 였다.

메이커 이름인 기억도 안 난다. 

얼마 후 후회했다. 

참 많이도 후회했다. 

몇 년 동안...

집 이사할 때 그냥 두고 왔다. 

그래서 다음엔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이게 이유다.

 

 

5만 원짜리 중국산 자전거보단 비싸지만 더 안전하다.

오리지널 MTB보다 약하다. 하지만 싸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보다 투박하고 무겁지만 더 튼튼하다. 그리고  싸다.

로드 자전거보다 무거워 속도를 낼 수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극악의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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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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