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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베트남 다낭-호이안 2019.5 (3)

vainmus 2019. 5.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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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초보 여행기> 베트남 다낭-호이안 2019.5 (3)

 

뭘 봐? 개초보 처음 봐?

 


 

 

 0  다낭은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도시다. 도시 전체가 관광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친다. 특히 치안이 베트남의 여러 지역들 중 굉장히 좋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끊기면 자신들의 수입도 끊기니 베트남 이 지역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고 어느 여행 책자에서 본 기억이 있다. 

 

다낭 국제공항에 내렸다. 흔히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딱 내리는 순간 마늘 냄새를 맡는다고 하던데 나도 외국인으로서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냄새를 느꼈다. 무슨 향신료 같기도 하고 무슨 풀 냄새 같기도 하고...

공항에서부터 냄새가 났다. 

 

https://namu.wiki/w/%EA% B3% A0% EC%88%98(% EC% B1%84% EC%86%8C)

 

고수(채소) - 나무위키

최근 수정 시각: 2019-05-04 13:12:50 1. 개요2. 상세2.1. 한국인의 호불호2.2. 냄새2.3. 맛3. 트리비아4. 고수를 좋아하는 인물미나리목(산형목) 미나리과(산형과) 고수속 한해살이풀. 키가 30~60 cm까지 크며, 6-7월쯤에 하얀 꽃이 피고 9-10월쯤에 열매를 맺는다. 꽃은 다른 미나리과 식물과 비슷하다.원산지는 동부 지중해 연안으로 그 역사가 매우 깊다. 미케네 문명에서 선형문자 B로 그 이름이 기록되었는데, 언어학자들이

namu.wiki

 

지금에야  고수(나는 우리나라의 쑥갓과 깻잎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동생은 미나리 같다고 한다) 냄새란 걸 알았다. 우리가 김치나 다른 여러 요리에 에 양념으로 마늘을 넣듯이 베트남에서 우리가 먹은 음식 대부분에 고수가 들어가 있었다. 또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고수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음식을 주문할 때는 꼭 고수를 넣을 건지 뺄 건지를 물어봤다. 

 

그때는 이 냄새가 아주 살짝 신경 쓰였다. 못 견디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그냥 처음 사귄 친구네 집에 갔을 때,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맡게 되는 우리 집과는 다른 냄새... 이렇게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공항을 나오니 동생 부부가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서 우리를 데리러 왔다. 한국 시간에 맞춰져 있던 내 생체 리듬은 3시 30분이지만 현지 시각은 새벽 1시 30분이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피곤했다. 빨리 씻고 자야 했다. 호텔 직원이 우리의 캐리어를 차에 싣고 출발했다.  

 

 

사진을 찍어보려 했는데 제대로 구도가 잡힌 게 어째 하나도 없다. 

여행도 개초보, 사진도 개초보...

일본 차 같았는데 내가 한국인이라 그런지 승차감은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만 못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오고 내리는 현대자동차이지만 한국인이 선호하는 승차감만큼은 인정해줘야 하려나?

 

 

 

 1  호텔에 도착했다. 엄마와 나, 그리고 동생 부부, 이렇게 4명이서 하룻밤 묵을 숙소 로비에 들어섰다. 12층이나 되는 높은 건물이었지만 로비는 매우 좁았다. 난 어떻게 체크인해야 할 줄을 몰라 멀뚱멀뚱 서 있는데 동생이 나섰다. 여행 전문가(여행으로 편의점 알바만큼 버는) 동생의 아주 심플한 생존 여행 영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부사, 형용사로 문장을 수식하며 미문을 만들지 않았다. 군더더기와 꾸밈이 전혀 없는, 단촐하면서도 건조한 그 몇 마디 단어들의 조합이면 충분했다. 동생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요구와 필요를 전달하고 있었다. 아무런 문화도 공유하지 않던 머나먼 타국 사람들에게...

짧고 간결했다. 잉글리시 미니멀리즘이라 이름 붙이고 싶었다. 

우리가 10년 넘게 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했던 그 수많은 시제와 용법은 대체 뭐란 말인가?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이었을까?

 

호텔 직원이 방까지 우리를 안내하며 짐을 들어다 줬다. 그렇다. 팁을 줘야 하는 것이다. 난 이런 팁 문화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나중에 그 직원이 안내해준 방을 떠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노련한 동생은 이럴 때를 대비해 미국 돈 1달러를 여러 장 준비해놨다. 팁을 주기 위하여. 보통 베트남 사람들(호텔리어)은 베트남 돈 보다 미국 돈으로 팁 받는 걸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원래 베트남은 팁 문화가 없었다고 하던데 한국인들이 하도 팁을 남발해서 팁 문화가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튼 보다 원활한 여행을 위해 베트남 돈을 환전하면서 따로 1달러 지폐를 여러장 준비해 놓은 동생의 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호텔 방은 생각보다 넓었다.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렸고 별다른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나는 베트남 특유의 냄새(고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건 괴롭거나 한 게 아니었다. 그냥 낯선 집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우리 집과는 다른 그런 냄새를 생각하면 보다 정확하다. 

 

가성비 매니아인 매제(동생 남편)의 성향을 잘 알기에 호텔은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널찍널찍하니 시원했다. 

 

 

엄마와 내가 쓴 트윈 베드 방.

 

거실 겸 식탁도 있다.

 

음식을 해먹을 주방도 갖춰져 있는데 밤도 늦고 해서 딱히 뭘 먹거나 하진 않았다. 

 

 

나와 엄마, 동생 부부 이렇게 따로 방을 썼다. 두 방문을 모두 열어놓고 서로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이 두 방문 앞에 또 다른 문이 있어 그걸 잠글 수 있기 때문이다. 방 구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가까운 관계이지만 잠을 따로 자는 일행을 위한 방이다. 

 

 

피곤했지만 호기심에 TV를 틀어봤는데 역시나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베트남어만 줄곧 나왔다.

간혹 베트남어로 더빙한 한국 드라마가 놔와서 눈에 띄었다. 

베트남어로 말하는 한국 배우가 신기해서 한번 찍어봤다. 

 

이건 베트남 드라마다. 무언가 굉장히 익숙했다. 딱 봐도 느낌이 왔다.

그래... 이거 막장이구나.

막장 드라마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한국의 막장도 한류 바람을 타고 베트남에 수출되었나?

 

사진으로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이 여배우의 가슴 아픈 표정 연기 앞뒤로는 한 남자와의 다툼, 그리고 여자끼리 머리채를 잠고 싸우는 장면이 있었다. 

이건 분명 치정이다. 그리고 막장이다. 

 

난 막장 드라마를 결코 나쁘게 보지 않는다. 편안히 집에서 쉬면서 드라마를 보면서 어떠한 교훈과 지혜를 얻으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저 재미있기만 하면 된다. 

막장은 한국 드라마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한국만의 사정 때문이다.

 

첫째로 시간이 충분치 않다.

미국처럼 미리 사전제작을 하지 않고 일주일에 두 번을 방송한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거의 실시간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둘째로 작은 시장이다. 

만들어도 볼 사람이 한국인밖에 없다(물론 요즘엔 여기저기 다른 나라에도 수출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 만든 드라마는 전 세계로 수출될 수 있다. 그들의 언어가 세계 공용어인 영어이기에(얼마나 복 받았나). 

그렇다고 일본처럼 인구가 많아 자체 내수 시장이 큰 것도 아니다. 

이를 간단히 줄여 보면 이렇게 된다. 

 

제대로 드라마를 만들 여건이 안된다.

 

결국 시간과 돈이다. 이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소위 웰 메이드 드라마 같은 걸 찍어낼 수 있나?

탄탄한 스토리, 스펙터클한 볼거리 등은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의 드라마 관계자들은 답을 찾았다.

그것은 막장이다.

우리에겐 막장이 있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 저렴한 구도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 

각종 웅장하고 아름다운 볼거리 대신 남녀 간의 싸움과 불륜, 그리고 치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만큼 재미있다. 

 

난 SF, 스릴러, 액션, 로맨스와 같이 막장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리태니커 대백과 사전에 Makjang이 실려야 한다고 강력히 나 혼자서만 주장한다. 

 

 3   다음날 일어나 호텔 창밖 풍경을 찍어봤다. 뭐 특별한 건 없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높은 건물들. 빌딩들에서 이렇다 할 감흥이나 낯설음은 없었다. 

하늘이 좀 뿌연 듯했다. 미세먼지가 아닌 오토바이 매연이라고 했다. 아니면 습도가 높아서 일런지도?

참고로 5월 초의 베트남 다낭 날씨는 마치 우리나라의 7-8월 같았다. 

 

 

도로변에 있는 건 혹시 상가주택일까? 옆이 좁고 앞뒤로 길쭉한 건물 모양이 특이했다. 

 

 4  나와 동생은 한 핏줄이다. 그래서 참 닮은 것이 많다. 대표적인 걸 하나 꼽으라면 바로 게으르다는 거다. 정말 게으르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타고난 여행꾼답게 동생은 여행지 호텔에선 항상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는다. 호텔의 생명은 조식이란다. 이런 면에서 동생과 결혼한 매제도 뒤지지 않는다. 가성비의 사나이답게 돈을 지불한 호텔에서 뽑을 건 다 뽑아먹는다. 절대 조식을 거르지 않는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난 아침을 안 먹고 싶었지만 엄마와 동생 부부가 계속 먹자고 해서 호텔 식당으로 향했다. 

이 호텔은 한국인들에게 유명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식당에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호텔 조식은 뭐 크게 맛이 있지 않았다. 베트남의 과일을 나름 기대를 가지고 먹어봤다. 하지만 밍숭 밍숭 하니 별로였다. 더운 나라라 과일의 당도가 굉장히 높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아닌가 보다. 

 

하지만 뜻밖의 음식을 발견했다. 위 사진 속의 노란색 빵이다.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으로 간편하게 먹기 딱 좋았다. 맛도 괜찮았다. 

노란색 바탕에 초록 줄무늬에 끌려서 집어 들었는데 딱 좋은 선택이었다. 

 

속은 텅 비어 있다. 베트남 판 공갈빵인가?

 

 

 5  조식을 먹고 좀 쉬다가 짐을 챙겨 나왔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우리의 짐을 호텔 카운터에 맡겼다. 체크아웃 후에도 짐을 맡아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여행 안 다닌 티가 여기서 난다). 또다시 시작된 동생의 여행에 최적화된 미니멀리즘 한 영어가 나왔다.

항상 Can I ~?로 시작해 That's all로 끝나는 매우 단조롭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Can I 다음에 어쩌고저쩌고 luggage를 붙여서 훌륭히 문장을 만들어 냈다. 

나도 언젠가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호텔을 나서며 한번 찍어봤다. 땅 값이 비싼가? 아님 다른 이유 때문인가? 좁은 땅에 12층이나 건물을 세웠다. 용적률 끝내준다. 

 

 

 

 6  잠도 잘 잤고 아침밥도 잘 먹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할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 숨 쉬는 베트남인들의 모습을 두 눈으로 보기를 원했다.  

한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으로, 미래를 알려면 학교로, 그리고 현재를 알려면 시장으로 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호텔을 나와 우리 가족은 베트남 다낭의 한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개초보 여행기> 베트남 다낭-호이안 2019.5 은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

 

 

2019/05/10 - [분류 전체보기] - <개초보 여행기> 베트남 다낭-호이안 2019.5 (1)

2019/05/13 - [분류 전체보기] - <개초보 여행기> 베트남 다낭-호이안 2019.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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